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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서 남긴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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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서 남긴 ‘마지막 선물’

입력 2009-07-16 02:57수정 2009-09-2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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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영씨 가족, 동아일보에 연락
“社旗들고 찍은 사진 전달하고파”

더 오를 곳이 없는 하늘 끝닿은 곳. 두 사람이 동아일보 사기(社旗)를 들고 있다. 여자는 얼굴 절반을 덮은 큰 고글을, 남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눈으로 덮인 절벽을 발아래 둔 이들은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 듣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4일 그렇게 히말라야 마나슬루(해발 8163m) 정상에 올랐다. 사진 속 주인공은 김재수 대장(46)과 10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6m) 정상에 오른 뒤 이튿날 하산 도중 추락사고를 당한 고미영 씨(42)다.

고 씨의 오빠 고석균 씨(44)는 15일 동아일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전날 서울 송파구 석촌동 동생 집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중 동생이 동아일보 사기를 들고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석균 씨의 사무실로 옮겨놓은 사진은 폭 2m, 길이 1m가량의 대형 액자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시 고 씨는 마나슬루 정상 등정기 ‘아! 히말라야’를 동아일보에 3회 연재했다. 이 기고문은 히말라야 현지에서 산악인이 직접 써서 보내온 글로 화제를 모았다. 고 씨는 등정기를 연재하는 것을 기념해 동아일보 사기를 가져가 마나슬루 정상에서 펼쳤다.

석균 씨는 누나 고미란 씨(47)로부터 “미영이가 히말라야 14좌를 다 오르고 난 뒤 이 사진을 동아일보에 선물로 전달하고 싶어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석균 씨는 동생의 열정이 가득 담긴 그리고 다시는 오를 수 없는 히말라야 정상에서 찍은 소중한 사진이지만 동생의 뜻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고미영 씨 집에는 정작 자신의 모습이 담긴 큰 사진은 이게 전부다. 평소 즐겼다는 십자수와 한지공예품만 곳곳에 걸려 있을 뿐이다. 지인들은 고 씨가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눠줬던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누구보다 사람 냄새가 많이 났던 산악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석균 씨는 무슨 일에든 열정을 쏟는 동생이 걱정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2남 4녀 중 철없어 보이던 막내가 밖에서는 마음 씀씀이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됐음에 행복하다고 했다. 석균 씨는 “일부에서 동생의 도전을 두고 무책임한 비난을 하는데 이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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