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10월말 쿠바공연 추진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작년 2월 사상 첫 평양공연

메타 사장 “성사 가능성 높아”

지난해 2월 사상 처음 평양 공연을 가졌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미국과의 오랜 적대국이었던 쿠바에서도 콘서트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자린 메타 뉴욕 필 사장은 최근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9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만난 뒤 “공연 개최가 유망하다(promising)”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메타 사장은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겠지만 (공연을 한다면) 10월 31일과 11월 1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날짜를 지정하고 “연주 레퍼토리와 예산, 악기 운송 방식 등 실질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쿠바 공산당 측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집권했던 반세기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을 양국의 문화 교류”라고 평했다. 이번 공연이 성사된다면 미국 연주단이 공연하기는 10년 전 밀워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이후 처음이다.

뉴욕 필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쿠바 문화부 초청으로 물꼬를 텄으며, 미 정부는 연주자들에게 쿠바 여행을 제한하지 않을 방침이다. 뉴욕 필은 이번 공연에서 정치 문제는 접어두고 음악과 청중에만 집중할 작정이다. 메타 사장은 북한을 예로 들면서 “공연을 했다고 해서 당장 북-미 관계에 핵심적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면서 “하지만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하자 무표정했던 북한 주민들이 눈물을 흘렸듯 (쿠바 주민들에게도 음악으로)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음악 외교(musical diplomacy)’는 뉴욕 필의 오랜 전통이다. 전설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1959년 당시 소련이던 러시아를 필두로 1980년대 중국과 동유럽에서 공연을 가졌다. 한편 평양 공연을 이끌었던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이 6월 은퇴한 상태여서 쿠바 공연이 이뤄진다면 뉴욕 필 역사상 첫 뉴욕 출신 음악 감독으로 주목받는 앨런 길버트가 지휘를 맡을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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