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인플레-증세 논란, 아직은 때가 아니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최근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경제학자들의 근심거리가 갑자기 늘고 있는 모양이다.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대와 만나면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변해 향후 경제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지난 1년 사이 급증한 시중 단기자금이 슬슬 투기적 양상을 띠고 있어 벌써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조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증권시장도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모든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등을 보이면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저금리, 과잉 유동성’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실물경제의 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자산가격의 폭등이라는 부작용만 남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 우선 12년 전 외환위기 이후 경제 상황을 복기해 보자. 당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1998년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로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리고 1998년 경기회복도 빨라 GDP가 무려 9.5%나 성장했다. 또 아시아를 제외한 선진국 경제는 비교적 순탄해 글로벌 수요가 탄탄했다. 그럼에도 1998년과 1999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5.88%, 0.33%로 나타나 우려할 만한 물가압력은 없었다. 금년 ―3% 내외, 내년 2∼3%대의 성장을 예상하는 한국과 글로벌 경제의 수요 측면을 고려하고 작년과 금년 상반기 M2 증가율이 각각 14.2%, 9.7%인 것을 감안한다면 과잉 유동성으로(사실 과잉 유동성이 아니다) 인한 물가압력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또 혹자는 환율 상승에 의한 물가압력도 얘기하지만 1998년 평균 환율이 1400원이었음을 생각하면 이 부분 역시 그리 설득력이 없다.

한편 정부의 재정적자가 우려되기 때문에 세수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부채가 GDP의 몇 퍼센트를 넘으면 문제가 되는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 일본은 현재 ‘순 정부부채’가 GDP의 100%(총 정부부채는 217%)를 넘어섰다. 미국은 60%(총 정부부채는 8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채는 77.5%이다. 우리는 33%(혹자는 총 부채는 76%라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로 국가 재정 건전도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물론 국가부채는 국민의 부채이므로 국가부채가 낮을수록 좋은 것이야 상식이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에서 정부는 일정 규모의 부채를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 경기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다. 물가와 정부부채는 한참이나 ‘후순위’다. 걱정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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