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탑 비문 외솔 최현배 선생이 썼다

  • 입력 2009년 7월 9일 06시 59분


6·25전쟁 당시 울산지역의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위령탑 비문을 울산 출신 한국어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가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리는 사진전시회에 제공한 ‘울산보도연맹 원사자(怨死者) 위령탑’ 비문의 끝에 ‘글 지은이 (최현배)’라고 적혀 있다.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 김정호 회장(63)은 “1960년 당시 유족회장이었던 이문조 씨가 외솔 선생과 같은 동네(중구 병영) 출신으로 잘 알아 그에게 비문을 써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문에는 ‘6·25 사변 당시 이분네들이 하루아침에 경찰에 불리어 나간 뒤로 종적이 묘연하여…금년 사월혁명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짐을 보고 그 유족 일동이 기를 쓰고 대운산 및 반정골짝에서 그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곳을 찾아내었다’고 적혀 있다. 유족회는 비문 사진과 함께 희생자 유골이 발굴된 1960년 10월 1일 당시 유족회 간부 33명이 합동제사를 마치고 찍은 사진도 진실화해위에 전달했다. 추모비와 합동묘는 5·16군사정변 이후 훼손됐다.

울산보도연맹 사건은 6·25전쟁 직후인 1950년 8월 경찰과 육군 방첩부대(CIC)가 울주군 일원에서 보도연맹에 가입한 민간인 870여 명을 총살한 일. 이 사건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공식 사과했으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는 2월 국가가 유족에게 51억4600만 원(1950년 기준, 연 5% 이자 감안하면 현재 200억 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솔 선생은 1894년 울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만드는 등 우리말 보급과 교육에 앞장섰다. 울산 중구는 선생의 생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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