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시간만에 150여명 사망… 시위대 “사살”vs 中 “총 안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무력진압 없었나
작년 티베트 사태 20명 희생에 비해 피해 훨씬 커
누가 피해 더 큰가
위구르-한족 별도 사망 숫자 공개안돼 의문 증폭
조직적 시위였나
中“제보 있었다”… 위구르족 “과잉진압 탓 격화”
■ 우루무치 사태 의문점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최악으로 기록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 유혈 사태’. 6, 7시간 동안 지속된 시위에서 어쩌다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게 된 걸까.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 현재(현지 시간)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도 1080여 명이다. 중국 당국은 2만여 명의 무장경찰을 투입해 시위자 1430여 명을 검거했다.

○ 시위 진압 경찰이 총을 쏘았나
가장 큰 의문점은 중국의 무장경찰이 총을 사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티베트 유혈사태 때도 희생자가 20여 명에 그친 데 비해 이번 시위의 희생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장경찰이 총을 쏘거나 칼 등으로 무력 진압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지만 일부 위구르족 시민은 “경찰이 시위자 연행과정에서 반항하는 남자들에게 몽둥이세례를 퍼부었고 일부는 총을 쏴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총기로 시위대에 발포를 하는 등의 과잉 진압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많은 사상자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화통신은 “156명의 사망자 중 57명은 건물 뒤의 작은 골목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이런 뒷골목에서 발견된 시신 중에는 목의 동맥이 칼에 찔리거나 절단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들 피해자가 한족이라는 내용은 없지만 위구르족 시위대가 도망가는 한족을 끝까지 쫓아가 몽둥이나 칼로 살해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중앙(CC)TV는 수차례 위구르족에 의한 폭력방화 장면을 내보냈다. 중국 정부가 우루무치 현장을 찾은 외신기자에게 제공한 7분 42초짜리 동영상 파일에도 골목마다 맞아 죽은 사람들이 즐비하게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과격 시위대가 무고한 시민을 칼이나 몽둥이로 무참히 살해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동영상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총상을 입고 숨진 사람은 동영상에는 담겨 있지 않다.
○ 어느 쪽 피해가 더 큰가
신화통신은 156명의 사망자 중 남성은 129명, 여성은 27명이라고만 밝히고 이들이 한족인지 위구르족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우루무치 최대 병원 중 한 곳인 인민병원의 사례가 있다. 7일 현재 부상자 291명을 치료 중이며 17명은 치료 도중 사망했다. 치료 중인 부상자 가운데 233명은 한족이고, 39명은 위구르족, 그 외는 후이(回)족 등 소수민족이라고 병원 관계자가 전했다. 한 위구르족 시민은 “폭도로 변한 시위대는 한족, 위구르족을 가리지 않았으며 6세밖에 안 된 딸도 얼굴을 구타당했다”고 분개했다. 중국 정부가 외신기자들에게 취재를 허용한 것도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7일 오전 10시 반경 위구르인 밀집지역인 톈산(天山) 구 경마장 부근 한 도로를 점거한 위구르족 수백 명은 외신기자들에게 자신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6일 밤 완전 무장한 경찰 수천 명이 자신들이 밀집한 지역인 ‘허톈(和田)’ 골목을 덮쳐 시위와 무관한 남자들까지 모조리 잡아갔다고 울부짖었다. 샤(夏·22)모 씨는 26세인 남편이 5일 밤부터 행방불명이라면서 생사를 알지 못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임을 발표하는 중국 당국이 어느 민족이 얼마나 희생됐는지는 발표하지 않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차별 철폐” 7일 오전 우루무치의 남부 경마장 부근 거리에서 위구르인 1000여 명이 체포된 위구르인 석방과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차별 철폐” 7일 오전 우루무치의 남부 경마장 부근 거리에서 위구르인 1000여 명이 체포된 위구르인 석방과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 시위는 조직적인가, 평화 시위가 격화됐나
신화통신은 5일 새벽부터 신장위구르 자치구 공안청에 ‘인민광장에서 시위가 열린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이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시위를 조직했다는 한 관계자가 ‘라디오 자유아시아’에 나와 “시위는 폭력적이 되지 않도록 했는데 과잉진압으로 격화됐다”고 전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정부도 “세계위구르대회(WUC)의 레비야 카디르 주석이 인터넷을 통해 시위를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디르 주석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이번 시위를 주도하지 않았다면서 형제들에게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해 중국 당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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