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중학천 되살려 ‘리틀 청계천’ 만든다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북악산-청계천 2km구간 2011년까지 단계복원

쉼터등 조성… 광화문광장 연계 도심속 명소로

고층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시민들이 한여름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물길이 생긴다.

서울시는 종로구 삼청동 북악산에서 청계천까지 약 2km를 흐르다가 1957년 복개되어 사라진 중학천(中學川)을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서울시는 1단계로 청계천에서 시작해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옆길을 지나 종로구청까지 이어지는 340m 구간을 11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어 2010년까지 종로구청∼경복궁 동십자각 400m 구간, 2011년까지는 동십자각∼삼청공원 1260m가 잇따라 복원된다.

서울시 정유승 도심재정비 1담당관은 “사라졌던 도심 속 물길을 되살림으로써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근의 광화문광장과 피맛길, 인사동을 잇는 문화·관광벨트로 명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휴식 공간 제공

청계천의 지천인 중학천은 1957년 도시정비사업으로 복개돼 지금은 아스팔트 도로로 덮여 있다. 서울시는 1단계로 청계천∼종로구청 340m 구간에 폭 3∼5m 크기의 수로를 만든다. 깊이는 70cm 정도로 얕게 만들어 시민들이 안전하게 물을 느끼고 체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하루에 13만 t의 물을 한강에서 끌어와 청계천으로 흘려보내는데, 중학천 1단계 조성 구간에는 청계천에서 하루 4300t의 물을 끌어오게 된다. 중학천 전 구간이 복원되면 북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인근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할 예정이다. 중학천 곳곳에는 분수대와 휴게시설 등이 설치된다.

1단계 구간 조성에 소요되는 사업비 35억 원은 일단 서울시가 투자한 뒤 청진 1∼3지구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민간 사업자가 추후에 부담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시내에서 진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 때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천은 조선시대 역사의 현장

조선시대 야사에 따르면 성종(1457∼1494)은 밤이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종가(현재의 종로)로 자주 잠행(潛行)을 다녔다고 한다. 민정시찰이다 보니 현재 세종로가 있는 육조 거리가 아니라 백성들이 살고 있던 중학천을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서울시는 추정하고 있다.

또 1단계 구간의 끝인 종로구청 부근에는 조선시대 개국 공신이었다가 제1차 왕자의 난 때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의 집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종묘공원 동쪽 끝에 있는 삼봉정도전시비(三峰鄭道傳詩碑)를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중학천을 복원할 때 성종의 민생 탐방 루트를 표시하는 등 시민들이 중학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표적 등을 곳곳에 세울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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