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멍게 제주바다 점령중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3일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에 위치한 문섬 서북쪽 바다 수중 15m 내외 암벽에 군집을 이룬 아열대 해양생물 분홍멍게를 다이버가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 김진수 제주해마다이빙 대표
3일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에 위치한 문섬 서북쪽 바다 수중 15m 내외 암벽에 군집을 이룬 아열대 해양생물 분홍멍게를 다이버가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 김진수 제주해마다이빙 대표
번식력이 매우 강한 분홍멍게.
번식력이 매우 강한 분홍멍게.
■ 서귀포 앞 문섬 수중르포
해저 암반에 다닥다닥… 소라-전복어장 침투
수온 상승으로 급속 번식
독성 있는 듯 천적도 없어
남해안 상륙 가능성도
“수중 생태계 교란 우려”

아열대 해양생물인 ‘분홍멍게’가 제주바다를 점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연산호(軟珊瑚) 군락을 비롯해 소라, 전복을 채취하는 공동어장에까지 번졌다. ‘바닷물고기 아파트’로 불리는 인공어초에도 분홍멍게가 다닥다닥 붙었다.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 앞바다에 위치한 문섬. 연산호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생물이 수중 비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3일 오전 스쿠버다이버 장비를 갖추고 수중으로 들어가자 어린 전갱이떼, 용치놀래기, 줄도화돔, 복어 등이 먼저 맞았다. 수중사진작가의 최고 모델로 꼽히는 쏠배감펭이 바위 틈새에서 목격됐다. 섬 벽에는 감태가 무성히 자라 조류에 따라 나풀나풀 춤을 추듯 흔들렸다. 대표적인 연산호인 큰수지맨드라미를 비롯해 가시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바늘산호, 해송 등이 한껏 멋을 뽐냈다.

이들 해조류와 연산호 사이로 분홍멍게가 암반에 달라붙어 있었다. 수심 5m가량에서 보이기 시작해 20m에 이르기까지 섬 벽과 바닥 암반 등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벽면은 온통 분홍멍게가 차지했다.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입수 및 출수공을 내민 채 군락을 형성해가고 있다. 언뜻 보기에 산호, 해조류 무리 등과 서식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식용으로 쓰이는 일반 멍게와는 달리 말랑말랑했다. 대부분 탁구공 크기만 했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몸체가 야구공 크기만큼 컸다. 잡식성인 용치놀래기뿐만 아니라 바다의 포식자로 불리는 쥐치조차 분홍멍게를 건드리지 않았다. 독성이 있는 듯했다.

문섬 주변 수중에 분홍멍게가 출현한 것은 2007년부터다. 하나둘 자리 잡더니 지난해 급격히 번성했다. 제주해마다이빙 김진수 대표는 “겨울철 잠잠했던 분홍멍게가 봄철이 되면서 급속히 번식해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홍멍게는 문섬 주변뿐만 아니라 제주의 해안 전역으로 확산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마을공동어장 8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어장에서 분홍멍게 출현을 확인했다. 제주시 구좌읍 지역 한 어촌계장은 “분홍멍게가 소라와 전복 등의 먹이인 해조류 영역을 침범하면 해산물 수확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대책 마련을 하소연했다.

분홍멍게 확산으로 불안감이 높아지자 제주수산연구소는 5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제주수산연구소 조성환 이학박사는 “분홍멍게는 자웅동체로 자가수정해 급속한 번식이 가능하고 수온 상승 등으로 대만난류를 따라 제주해안에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해안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기 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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