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토리텔링의 힘… 평범한 제품도 특별하게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1분


‘설동설(舌動說)’의 시대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것(지동설)이 아니라, ‘이야기를 중심으로 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야기 하나만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밀은 우리의 뇌 속에 있다. 사람의 뇌는 단순한 메시지보다 이야기를 잘 기억한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잘 짜인 기업의 ‘스토리텔링’에 감성적으로 동화되는 순간, 소비자는 그 기업의 열렬한 옹호자가 된다. 이제 이야기는 더 빠르게, 더 넓게 퍼진다. 입소문 마케팅에는 스토리텔링이 제격이다.

○ 뇌는 이야기를 잘 기억한다

인간이 이야기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인 로저 섕크와 로버트 애빌슨은 이야기가 지식 축적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측두엽에는 이름이나 얼굴을 저장하는 영역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이야기를 저장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여기에 저장된 이야기는 이름이나 단어 같은 ‘맥락 없는 기억’들보다 훨씬 오래 간다. 우리가 한 단어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야기 기억’은 용량도 엄청나다. 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이야기는 사람의 태도를 바꾼다

특별한 이야기는 평범한 제품을 한순간에 특별한 것으로 바꾼다. 신장결석을 앓던 한 후작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인 ‘에비앙’의 우물물을 마신 후 깨끗하게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는 맛도 밍밍한 에비앙을 단숨에 명품의 지위에 올렸다.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마시면 돌이 빠져나가 낫는 병이다. 그러나 사람을 움직인 것은 이성적 논리가 아닌 감성적 이야기였다. 제품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와 맞물린다. 뛰어난 이야기는 정서적 일체감을 일으키면서 제품에 대한 각별한 선호를 유발한다. 이러한 상태를 ‘이야기 도취(narrative transport)’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변화시킨다. 2006년 오틀리의 연구에 따르면 소설을 많이 읽는 대학생일수록 사회적 능력이 뛰어나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의 ‘사랑은 이야기다: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과 결혼의 가치를 확인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강한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이야기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이다. 입소문(word-of-mouth)이 퍼지게 하는 데 이야기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사람들은 제품의 이름이나 특징, 성능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제품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쉽게 기억하고 남들에게 빠르게 전할 수 있다.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jsjeong@kaist.ac.kr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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