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사 안되면 물장사… 전기장사…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국내 주택시장 포화상태
건설사들 영역확대 박차
담수화-발전 사업 눈돌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타격을 입은 건설사들이 ‘집장사’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물 산업에서부터 아프리카 도로공사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공공토목 투자도 줄어든 상황에 미분양 위기까지 겹치면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 담수화부터 발전까지 영역 확대

GS건설은 세계 물 산업시장이 2012년까지 5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도시화 및 산업화로 물 부족 인구가 2012년 30억 명에서 2050년 40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수(水) 처리과정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3억 달러 규모의 두바이 대형 담수화 설비공사를 비롯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하수처리장, 7000만 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환경전문 엔지니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발전환경 부문 전문 엔지니어인 허정재 부사장을 영입했다.

대림산업은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국내에서 발전소를 짓는 단순 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력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경기 포천시 일대에 49만5000m²의 토지를 사들여 자체 자금으로 1500MW의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해 발전소 건설비용을 충당하고 수익도 얻는다는 것.

SK건설은 농촌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와 볏짚 등 농업폐기물을 연료로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해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타운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건설은 에코에너지타운 적용시스템 개발팀을 신설해 올 4월 전남 화순군에 목재로 에너지를 만드는 우드펠릿 공장을 준공했다. 서성석 개발팀 과장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환경문제도 없는 청정 바이오 연료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독자기술과 노하우로 해외시장 개척

해외시장에서 특화된 기술로 승부를 거는 건설사들도 있다. 쌍용건설은 특정 기술을 보유해야만 공사가 가능한 고급 토목공사에 집중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건축공사상 유례없는 52도 기울어진 경사 구조로 짓고 있다. 쌍용건설은 벽 내부에 와이어를 설치해 건물의 기울어짐을 막는 첨단공법을 적용해 해외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와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건설을 수주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수건설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진출해 현지 은행에서 입찰보증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727억 원 규모의 도로 개량공사를 수주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불황 때 수익구조를 다각화해야 호황 때 인적 네트워크와 기술 등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은 친환경 분야뿐 아니라 지분 투자, 건물 임대업, 건설사 간의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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