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회, 동아리의 화려한 변신
‘스쿨밴드’로 출발했지만 자율학습은 성남지역에서 꽤 알려진 밴드다. 한 달에 평균 두 번씩 무대에 서고 가까운 주변 지역에 원정공연도 갈 정도다. 얼마 전에는 충남과 강원지역 해수욕장에서 올여름 해변공연을 요청해 일정을 검토 중이다. 특히 11일에는 쟁쟁한 밴드들이 모인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에 진출해 첫 공연을 갖는다. 마치 40대 실직자 등이 록밴드를 결성해 성공한다는 한국영화 ‘즐거운 인생’과 비슷하다. 박 교사는 “프로밴드가 되어 돈을 벌 계획은 아니다”며 “기대가 크지만 조금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자율학습의 인기는 3년 전부터 시작한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의 영향이 크다. 이 네트워크에 가입하면서 공연 때 필요한 무대시설을 지원받았다. 무엇보다 비슷한 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정기적으로 마련됐다.
2007년 성남문화재단이 발족한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는 친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와 놀이를 즐기던 한국의 옛 사랑방 문화와 해외 클럽 문화가 결합된 것이다. 현재 자율학습을 비롯해 140여 개 클럽이 활동 중이다. 클래식, 사물놀이, 국악, 록, 고전무용, 스포츠댄스 같은 공연분야는 물론 조각이나 그림 같은 전시분야도 있다. 원래는 직장, 학교 등지에서 취미활동 차원의 동호회나 동아리였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참여해 자발적인 공연과 축제를 열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들은 분야별, 지역별로 팀을 구성해 봄부터 가을까지 탄천이나 남한산성 같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또 병원이나 노인복지시설에서 위문 공연이나 전시회를 갖는다.
회원 70여 명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인 ‘분당 색소폰클럽’도 여름이면 1주일에 1, 2회씩 공연을 할 정도로 바쁘다. 클럽지기인 김병량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54)는 “개별적으로 공연하려면 음향장비를 대여하기도 만만찮고 장소 섭외도 힘들다”며 “사랑방 클럽에 가입한 후 공연 기회가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 세계 클럽들 손 잡는다
사랑방 문화클럽 네트워크는 매년 가을 전체 클럽이 참여한 가운데 성남지역 곳곳에서 축제를 연다. 올해는 특히 축제기간에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불가리아의 문화클럽 담당 기구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세계 문화클럽 포럼’이 열린다. 이들은 각국의 문화클럽 정책과 사례를 발표하고 가칭 ‘세계 문화클럽 교류 네트워크’ 구성을 협의할 예정이다.
노재천 성남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예술단체가 아닌 시민들의 동호회를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세계의 문화예술클럽이 자주 교류하고 정기적으로 공연이나 전시를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