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증시에서 ‘조정’은 또 한번의 기회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작년 말 ‘반 토막이 난 주식을 처분해야 하나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 모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다. 2명의 전문가가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 토론자는 공포를 이기지 못해서 매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반대 의견을 가진 토론자는 당장 생계가 위협받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토론자의 주장은 모두 맞는 얘기였지만 방청객들은 주식을 팔아서 고구마라도 사 먹어야 한다고 시원하게 주장하는 토론자에게 공감을 했고,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토론자에게는 야유를 보내는 듯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방송 이후 주가는 8개월간 50%가 올랐다.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투자자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투자자까지도 당시 주식을 모두 처분해 버렸다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50%나 오른 투자수익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결과가 되었다.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했을 때 팔아 치우고 싶은 충동을 가장 많이 받는다. 주식투자는 이러한 충동과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끈기의 게임’이다. 천재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돈을 번 비결이다. 생계자금이 아닌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이러한 충동을 이기기 쉽다.

주식시장이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주가가 추가적인 전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2분기 실적이 주식시장의 기대치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조정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이 경우에도 투자자는 또다시 주식시장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동안의 차익을 실현한 이익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은 유혹 말이다. 또 그러한 유혹을 타당화시키는 데이터가 수없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회복 속도가 주식시장이 기대했던 것(주가 상승)에 못 미친다는 신호(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개인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소비심리도 연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개인들이 저축을 늘리기 시작했으므로 소비가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식시장의 랠리와 조정은 하나의 패키지 상품이다. 조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조정은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주식시장 자금 유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상품시장 자금 유입은 이미 연초부터 활발했고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투자수익도 상당히 올렸다. 상반기 랠리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성과 보너스를 받지 못했고 휴가도 가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랠리를 놓친 이들은 호시탐탐 시장 진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저축 증가를 반대로 생각하면 저축이 늘어나니 은행의 대출 여력이 커지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으니 실물경기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1980년대의 ‘레이건 호황’ 시기에 저축률이 8∼9%로 현재의 5∼6% 수준보다 높았지만 저축이 경기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