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차이나 엑소더스’ 오나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中인건비-원자재값 상승 ‘세계의 공장’ 매력 떨어져
美바이어들 “떠나고 싶다… 대안은 중남미 베트남行”

미국의 유명 백화점인 A사는 최근 수백만 달러 상당의 의류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지역에 있는 여러 봉제 공장에 생산을 맡겼다가 큰 낭패를 봤다. 세계적 경기 불황으로 인한 주문 감소로 연쇄 도산하는 현지 업체들이 늘면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또 중국의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다른 봉제공장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대형 자동차부품업체인 T사의 북미지역 구매책임자 프레드 마크 씨는 요즘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동안 고객들이 가격이 낮은 중국 부품을 거론할 때마다 생산기지를 현재의 멕시코에서 중국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을 느꼈지만 사정이 달라져 ‘버틴 보람’이 생겼다. 멕시코 대신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할 경우 생산가격 자체는 15% 정도 싸지만 중국 현지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저가 메리트’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차이나 프라이스(China Price)’라는 조어를 낳은 중국의 저가경쟁력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OTRA 뉴욕 코리아비즈니스센터가 작성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의 경우, 2005년에는 중국 지역 생산이 가장 저렴했으나 2008년에는 멕시코 지역 생산가격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국 지역 생산가격은 무려 47.1% 상승했다.

중국의 생산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위안화 절상과 인건비 상승 때문. 위안화는 2005년 후반 이후 달러 대비 약 11% 평가절상됐다. 인건비는 해외 바이어들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7∼8%씩 상승해 왔다.

일각에서는 생산기지를 베트남이나 중남미 지역으로 옮기려는 ‘탈(脫)중국’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미 뉴욕에 본사를 두고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중저가 의류 브랜드 B사의 생산가격은 최근 10개월간 예상치보다 10% 이상 올랐다. 가파르게 오른 달러 대비 위안화 때문이다. 티셔츠만 해도 수십만 장 단위로 생산하는 이 회사의 경우 1센트(약 13원)의 미미한 환율 차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 B사는 추가적인 손해를 막기 위해 티셔츠나 데님 셔츠처럼 복잡한 기존 테크닉이나 설비가 필요 없는 품목은 최근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뉴욕 KBC조사담당 최정은 과장은 “중국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섬유 산업마저 이 같은 추세라면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중국 가격 속 ‘숨은 비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현장에서 접하는 미 업계 바이어들은 ‘벗어날 수만 있다면 중국을 떠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납품해 왔던 한국 공급업체들은 이 같은 추세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지 않은 하이테크업체나 전자업체 등은 앞으로 생산기지를 마련할 때 북미권에서 가까운 남미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품수리 수요가 많이 발생하거나 불량품 교체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은 생산기지가 가까이 있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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