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문화차이 이해가 경쟁력…‘문화지능’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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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능/크리스토퍼 얼리, 순앙, 주셍탄 지음·박수철 옮김/320쪽·1만5000원·영림카디널

글로벌기업 HSBC은행이 공항에 내건 광고 포스터. 여기에는 메뚜기 그림과 함께 ‘미국에서는 메뚜기가 해충이지만 중국에서는 애완용이고 태국에서는 애피타이저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지역 문화에 따라 곤충의 의미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HSBC는 글로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답게 각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중동에서 태양을 내세운 상표나 브랜드는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사막의 나라에서 태양이 반가울 리 없다. 이들 나라에서는 해보다 달을 더 좋아한다.

여기까지는 ‘문화가 돈’이라는 말에 불과하다. 글로법 기업의 생존 조건 중 하나가 이질적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해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흔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싱가포르 국립대와 난양대 교수들인 세 저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부닥쳐 온 서로 다른 문화와의 소통에 대한 고민과 사례 등을 ‘문화지능(CQ·Cultural Quotient)’이라는 하나의 틀로서 개념화하려 했다.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와 더불어 CQ도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을 위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뒷부분에는 개념적 틀을 갖춘 CQ를 진단한 뒤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CQ의 정립과 그 실제적인 응용이 이 책의 차별화 포인트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CQ는 문화권의 차이를 인정하며 그것을 볼 줄 아는 관찰력과 이해력이 있고, 반작용과 상호작용의 동기를 느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즉, 문화지능은 낯선 문화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그에 적응하려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 동기, 실제 현장에서 실행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인 문화적 행동 등 세 가지의 종합적인 역량이다.

유럽인이 아시아 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하게 됐거나 일본인이 미국 합작 기업에서 일하게 됐을 경우 등을 상정해 문화지능의 측정, 문화적 동기 부여, 문화적 행동 등이 이뤄지는 사례를 풍부하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문화지능에 대한 시론인 탓으로 매끄럽지 못한 게 흠이지만 에드워드 홀의 ‘고맥락 저맥락 문화’ 등 여러 학자가 내놓은 비교문화연구의 성과를 기업 경영에 어떻게 응용하는지를 실감케 해 준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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