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의호]再塗裝이 교량수명 단축시킨다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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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150m 상판 와르르, 퇴근 차량 50대 강물로.’ 미국 미시시피 강의 교량 붕괴사건을 다룬 3일자 동아일보 국제면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미국은 1940년대 이후 강 교량의 부식 문제를 다룰 전문 기술 인력을 많이 기르고 대처해 온 나라다. 이런 미국에서도 건설한 지 40년밖에 되지 않은 대형 교량이 붕괴됐다.

교량을 1만여 개나 보유한 한국은 미국의 교량 붕괴 사건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겪었던 아픈 상처가 있다.

미시시피 강의 교량은 붕괴 전에 구조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진단 결과가 있었다. 구조적으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교량이 붕괴된 이유는 무엇일까. 겉에서는 관찰이 되지 않는 볼트 연결부 내부면의 국부 부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이렇게 단정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붕괴 교량과 유사한 국내의 트러스형 교량을 비롯해 기타 교량에 대한 부식진단 작업을 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에도 교량의 안전수명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볼트 연결부 내부면의 부식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키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선 기존 강 교량의 부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시행되는 재 도장(塗裝) 공법의 역효과 문제이다.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들이는 기존 교량의 재 도장 공법은 외관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교량의 수명을 단축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전체 교량의 표면적에서 95%는 도장을 하지 않더라도 교량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부식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볼트 연결부에서는 외부면의 재 도장에 의해 내부면과 외부면에 차이가 생겨 내부면의 부식 속도가 증가한다.

현재의 재 도장 공법은 교량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식 취약부의 부식을 가속화시킨다.

교량의 수명을 증가시키려면 재 도장에 앞서 볼트 연결부 내부면의 국부 부식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저비용의 도장 공법으로 교량의 부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이의호 전 해사 교수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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