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車노조원들은 “파업 없이 가 보자”는데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코멘트
“올해만큼은 파업을 자제하고 무(無)분규 타결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현대차가 되어 보자.” 현대자동차에 파업의 먹구름이 감돌자 무(無)분규 타결을 기원하는 노조원들의 글이 현대차 현장조직 홈페이지에 속속 뜨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이런 글이 못마땅했던지 노조 홈페이지를 폐쇄하자 노조원들은 현장 조직의 홈페이지로 옮겨 가 간절한 소망을 표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울산시민의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제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의결했다. 회사는 노조가 제시한 기한 내에 작년과 비슷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이례적으로 조기 타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으나 외면당했다. 노조는 이번 주 안에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성과급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두 차례나 어처구니없는 파업을 했다. 현대차는 13년째 한 해도 파업을 건너뛴 적이 없다.

한국에서 전투적 노조의 잦은 파업은 기업 활동의 큰 장애요인이다. 기아차도 비정규직 파업으로 현재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최근 방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페테르 로랑에 총장은 “한국은 인건비가 비싸고 노사 갈등은 상당히 군사적”이라며 “노사가 국내에 고착된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경쟁력을 위해 갈등을 해결해야 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D는 각국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면서 매년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평가 대상국 중 꼴찌로 매겼던 바로 그 기관이다.

현대차 노사는 대의원대회의 쟁의 발생 의결과 관계없이 실무협상을 계속하기로 해 무파업 타결의 가능성이 아직은 열려 있다. 많은 조합원이 집행부에 무분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예년과 다르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호소했듯이 현대차에 대한 고객과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도 노조원과 울산시민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린다면 외제 차의 유혹 속에서도 한결같이 현대차를 구매해 온 국민과 시장의 복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