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론④·끝/차영구]NLL은 한국 방어 생명선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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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 때문에 의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반드시 성취해야 할 사항과 절대 해서는 안 될 사항 등 정부에 대한 요구도 많다. 이런 국민적 주문을 새겨들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1차 정상회담에서 다루지 못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 핵 문제 논의는 빼야 한다,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을 다루는 창조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등 핵심을 피해 가거나 위험한 발상이 표출되고 있다.

NLL 무력화되면 수도권 위험

최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NLL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 개념에서 설정돼 이제까지 유지돼 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16일 또 “서해교전은 방법론에 있어 한 번 더 반성해 봐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라디오 방송에서 “NLL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당연히 거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NLL이 정전협정에서 합의되지 않았고 1953년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다며 1973년부터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의 의도는 1999년 6월 연평해전 이후 선포한 ‘조선 서해 해상 분계선’(1999년 9월 2일)과 ‘서해 5개 섬 통항질서’(2000년 3월)에 잘 나타난다.

인천 앞바다를 북한이 통제하고 서해 5도에 접근하려면 2개의 수로만을 이용하라는 내용이다. 북한은 2006년 3월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NLL을 부정하면서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획정 문제를 협의하자고 주장한다.

1992년에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통하여 쌍방의 관할 구역을 합의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집요하게 NLL 문제를 제기할까. NLL의 전략적 위치를 잘 음미해 보면 알 수 있다.

NLL은 수도권 서측 해역에 대한 우리의 해상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어 수도권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전략적 취약점을 보강해 주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NLL 이남 지역은 한국의 생존이 걸린 핵심 방어 구역인 것이다.

NLL이 무력화되면 우리는 군사전략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군이 ‘NLL은 해상에서의 국경선’이라는 국민적 믿음을 바탕으로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같이 철통같은 경계 태세로 북한의 어떠한 함정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켜 온 이유다.

북한은 NLL을 거론하는 이유로 서해상의 꽃게잡이와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 방지를 내놓는다. 이 문제는 이미 해결 방안이 나와 있다. 남북은 2004년 ‘6·4 합의서’를 통해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히 구체적인 해군 간 긴급 연락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꽃게잡이 문제도 어업 활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한 해군 또는 해경 차원에서 충분히 협의해 해결할 수 있다. 최근 거론되는 남북 공동어로 수역 설정은 쌍방이 관할한 구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에서 북측이 협조하면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

정상회담서 결코 논의되면 안돼

NLL은 어떤 이유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면 안 된다. NLL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경계선이고 지난 50여 년 동안 힘으로 지켜 온 사실상의 해상 국경선이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한 기본 원칙을 세우고 남북한 간에 군사적인 신뢰 구축 협의 체제를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1992년에 합의한 남북한 기본합의서는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이번에 일부라도 되살리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평화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기대한다.

차영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초빙교수·전 국방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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