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 성폭행 가해자 무죄는 잘못"

  • 입력 2007년 8월 17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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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ㆍ정신 장애로 인해 성폭행을 거부 또는 저항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 장애인 성폭행범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을 대법원이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하급심은 피해자에게 정신장애가 있지만 어느 정도 방어는 가능했다며 항거불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정신장애가 직접적ㆍ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고 `주된 원인' 정도면 되며 전체 정황상 가해자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의 보호범위를 넓히고, 장애인의 성적(性的)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정신지체 장애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로 기소된 김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집 1층에 세들어 살던 내연녀의 딸이 13세이던 1999년부터 2003년까지 8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ㆍ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피해자는 지능지수 40의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었지만 재판부는 "정신장애는 인정할 수 있지만 성적인 방어를 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김씨가 피해자의 모친과 내연관계였고 평소 심한 폭력을 행사한 점,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가 낙태한 뒤 어머니에게 범행을 알렸는데도 별 도움을 못 받은 점, `성행위를 거부하면 심한 폭력을 휘두를 것으로 겁을 먹었다'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볼 때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된다는 것.

대법원은 "피해자의 지적능력이나 당시 상황 등에 비춰보면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돼 거부ㆍ저항 의사를 실행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할 때는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 환경, 가해자의 행위내용과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체 또는 정신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은,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경우 뿐만 아니라 장애가 주된 원인이 돼 심리적ㆍ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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