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걱정 안 올라도 걱정…中-日의 상반된 고민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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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상…지난달 5.6% 급등,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가 크게 올라 정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6% 올랐다. 1996년 8.3%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중국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4∼3.9%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을 보여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가가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서민들의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품 가격이 무려 15.4%나 올랐다. 특히 고기류의 가격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 증가와 최근 돼지고기 공급 감소에 따라 45.2%나 폭등했다.

식용유는 30.1%, 채소 가격도 평균 18.7% 올랐다. 쌀 밀 등 양곡 가격도 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6.0%의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에서 양곡 생산은 4년째 풍년이 계속됐다. 그런데도 식품 가격이 폭등한 것은 식품 생산과 유통,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신화통신은 분석했다.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10% 안팎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엔 각 지방정부가 공급하는 수도 전기 석유 가스의 가격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어서 물가 폭등세가 4분기(10∼12월) 이전에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일부 상인들이 담합을 통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등 불법행위도 적지 않다”며 앞으로 양곡과 식용유, 고기류, 유제품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日 답답…5개월째 마이너스, 금리 못올리고 임금 동결

일본 경제가 2002년 이후 ‘종전 이래 최장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물가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무성이 발표하는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은 올 2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일본의 물가가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가격경쟁과 기술진보가 꼽힌다.

6월의 경우 가격이 오른 품목은 249개로 내린 품목(225개)보다 많았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떨어졌다. 마요네즈와 담배 등 상승 품목은 찔끔(10% 미만) 오른 반면, 액정TV와 PC 등 하락 품목은 대폭(20∼30%대)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

최근 잇따르는 양판점과 백화점의 인수합병(M&A)도 물가 하락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제조업체들은 ‘공룡 유통업체’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싼 값에 납품을 한다.

물가가 오르지 않아 울상을 짓는 것은 제조업체뿐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시행해 온 ‘제로금리’의 정상화가 숙제인 일본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연 0.5%인 정책금리를 정상 수준에 가까운 2∼3%대까지 올리려면 갈 길이 멀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처지다.

근로자들에게도 물가 안정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치열한 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임금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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