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닮은 형제기업, 너무 다른 노사문화의 결과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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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외환위기 전인 1996년 제8, 9독(dock) 건설 이후 11년 만에 대규모 증설 투자와 이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짓는 제10독은 화물을 최대 100만 t급까지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과 프로젝트 한 건당 1조 원이 넘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를 함께 만들 수 있는 다목적 독입니다. 10독에는 또 인양능력이 1600t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골리앗크레인도 설치됩니다.

이어 올해 하반기(7∼12월) 공채 때는 500여 명의 인재 확보에도 나섭니다.

▶본보 10일자 A2면 참조
현대重, 울산에 ‘제10 독’ 짓는다

▶본보 11일자 16면 참조
현대重, 증설 맞춰 대규모 인력 충원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사실상 확정하고, 조만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투자 결정은 국내 경쟁 조선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 투자로 선회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의 국내 잔류 투자 결정은 고용 창출, 기술 유출 방지 등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현대중공업의 모습을 보면서 국내 1위 자동차 업체이면서 매년 노사 분규로 홍역을 앓는 현대자동차를 떠올립니다. 두 회사를 함께 출입하는 현장 기자로서 ‘한배에서 나온 형제 회사 간에 같은 점, 다른 점이 무엇인지’ 비교하게 됩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놀라운 추진력,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의 근면 성실함 등 ‘문화적 DNA’는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두 회사를 갈라놓은 최대 요인은 ‘노동조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입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13년 연속 무(無)파업 진기록을 세운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사건건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며 ‘제로 섬’ 게임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의 차이라는 것이지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입구에는 대문짝만 한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세계 1위 업체의 비결은 이처럼 ‘회사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실리적 노사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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