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으론 백의 몸놀림이 가벼워 보인다. 흑은 양쪽 말을 모두 수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흑 35로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데 백은 40으로 끊어 흑을 조금씩 코너로 몰아붙인다. 흑도 계속 휘둘려 다닐 수만은 없어 흑 45로 반발해보지만 백 46, 48로 꾹꾹 눌러가자 고분고분 참을 수밖에 없다.
김지석 4단은 기세를 몰아 백 52로 흑에게 한 번 더 굴복하라는 제스처를 쓴다.
그러나 순간 안영길 5단의 눈매가 번득인다. 백 52에 대해 응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낀 것. 숨쉴 틈 없이 몰아치던 백이 잠시 딴 짓을 한 셈이다. 흑이 손을 빼고 55로 공격에 나서자 백이 거꾸로 코너에 몰렸다. 흑 55 이전에 53을 둔 것도 용의주도하다. 흑 53을 생략하면 ‘가’로 단수치고 ‘나’로 이을 때 ‘다’에 끼우는 수단이 성립한다. 백 52로는 참고도처럼 백 한 점(36)을 살려야 했다. 순식간에 공수가 뒤바뀌며 흑이 흐름을 거머쥐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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