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상태 아들 호흡기 떼어 낸 아버지 처벌은?

  • 입력 2007년 8월 9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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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는 중증 장애인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지자 인공호흡기를 떼 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9일 윤모(51)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윤 씨는 전날 오전 11시경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중인 아들(27)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뒤 전남 담양군 집으로 데려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살 때부터 근육이 경직되는 유전성 불치병(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아온 1급 지체장애인인 윤 씨의 아들은 지난달 11일 넘어지며 머리를 크게 다친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윤 씨는 아들이 소생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뒤 의료진에게 몇 차례 '인공호흡기를 떼겠다'고 말했으나 의료진은 뇌사판정을 위한 절차를 밟으라며 반대했다.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8일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윤 씨는 아들에게 수동식 호흡기를 부착한 뒤 집으로 데려왔고 아들은 곧바로 숨을 거뒀다.

윤 씨는 아들이 숨진 뒤 화장을 하려 했으나 서류 미비로 거부되자 인근 경찰 지구대에 변사 신고를 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윤 씨는 2004년 부인(50)과 이혼한 뒤 어머니(76)를 모시고 살면서 큰 아들과 같은 병을 앓는 둘째 아들(23)의 병 수발을 해왔다.

윤 씨는 경찰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어 고통 받는 큰 아들을 곱게 보내준 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을 잘 보살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아들이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호흡기를 떼어낸 것은 현행법상 살인혐의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윤 씨가 아들이 뇌사상태에서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민해왔고 오랜 기간 자식을 돌봐온 점을 참작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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