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본즈의 홈런 신기록

  • 입력 2007년 8월 8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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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본즈가 결국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756홈런으로 행크 애런이 보유한 종전 기록을 갈아 치우고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본즈의 대기록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가 금지약물인 근육강화제를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만으로도 본즈의 약물 복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불법약물을 제조해 선수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그렉 앤더슨이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였다. 본즈도 연방대배심에서 “앤더슨이 준 액체와 크림의 2종류 약물을 사용했지만 이것이 금지약물인지 알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 초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의 일종인 엠페타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도 터져 나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 뿐 아니라 본즈의 기록 추이를 살펴봐도 불법 약물 복용에 대한 심증은 깊어진다. 86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본즈는 30대 중반이었던 99년까지 한 시즌 30~40개 내외의 홈런을 쳤지만 앤더슨을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한 무렵인 2000년부터 몰라보게 몸이 좋아지고 홈런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1년에는 73개라는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 연방대배심에서 위증 혐의까지 받고 있는 본즈는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법원의 최종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메이저리그 전체에 엄청난 혼란이 야기 될 것이 분명하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법원의 판결로 본즈의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의 모든 기록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의 모든 통계가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본즈의 기록이 무효화 될 경우 그에게 홈런을 내준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그리고 본즈의 홈런과 타점으로 승부가 갈린 모든 경기 결과까지 수정되어야 한다. 홈런 개수만 무효화 시킨다고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본즈의 기록을 예외로 인정하고 *표를 붙이는 것이다.

과거 1961년에도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가 61홈런을 때려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깨고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으나 루스에 비해 경기수가 많았다는 이유로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예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야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베이브 루스 신봉자들에 의해 매리스의 업적이 폄훼된 면이 없지 않다. 결국 1991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를 시정해 매리스의 기록을 유일한 홈런기록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본즈는 다르다. 만약 본즈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어떤 경우에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약물에 기댄 부정한 방법으로 홈런 개수를 늘렸다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해 기록을 달성한 과거 행크 애런이나 로저 매리스와 동일선상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듯 본즈의 홈런 기록을 손 데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나 크기에 예외적인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타당하다.

메이저리그의 수장인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본즈가 홈런 기록을 세운 8일(한국시간) AT&T파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본즈의 기록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낸 그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이라면 당연히 그 업적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나 본즈의 이번 기록은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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