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마인드 이식” 병원은 수술중

  • 입력 2007년 8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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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성형외과 병원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2006년 국세청에 100억 원 이상의 소득을 신고해 개인병원으로는 국내 성형외과 중 1위를 차지한 BK성형외과와 2위인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한 것이다. 합병 이후 ‘BK동양성형외과’는 의료진 19명, 직원 100여 명에 중국 지점 3곳 등 국내외 지점 8곳을 거느린 ‘기업형’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

김병건 BK동양성형외과 공동 대표원장은 “장기적으로 화장품부터 바이오벤처 설립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BK동양성형그룹’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병원들이 기업을 닮아가고 있다. 기업의 경영 마인드와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형 병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 치료와 경영 분리… 증시 상장도 추진

성형외과뿐만이 아니다. 대형 의료법인에 비해 규제가 덜한 중소 개인병원들도 생존 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 개방과 의료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영난을 겪는 중소 병원이 늘어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개인병원 중심의 ‘프랜차이즈형 네트워크병원’은 최근 병원경영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경영을 전문화하고 있다.

치과 한의원 성형외과로 구성된 예네트워크의 메디파트너,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가입한 고운세상네트웍스 등이 병원경영 지원을 위해 설립된 대표적 영리법인이다.

7일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네트워크병원은 협회 소속만도 55곳(가입 병원 500곳)에 이르며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곳을 포함하면 200곳(가입 병원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운세상네트웍스는 2009년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자금을 마련한 뒤 화장품,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선진국 환자 유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들병원의 의료진이 투자한 우리들웰니스리조트는 제주도에 1800억 원을 투자해 병원, 골프장 등을 갖춘 리조트를 내년 말 완공하고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영리법인 허용’ 여부가 향후 쟁점

병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과도 관련이 있다.

정부는 의료법을 개정해 병원 경영을 돕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도입, 의료법인 합병 절차 마련, 해외 환자 유치활동 허용 등 의료서비스 산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이근형 우리들홀딩스 사장은 “MSO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의 수익사업이 확대돼 연구개발 사업, 해외 환자 유치, 해외 진출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처럼 수익을 내고 병원에 재투자하는 ‘병원 기업’의 출현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안에서도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 설립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영리 목적의 MSO가 허용되더라도 병원 지분을 소유하거나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병원에 투자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 단계”라며 “영리 의료법인 설립은 시간을 갖고 추후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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