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전문인력 ‘윈윈’ 공무원 5급 특채시대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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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공무원 사회도 특채 시대에 돌입했다.

과거 고등고시를 통해서만 통과할 수 있었던 5급 공무원 채용에서 특채 출신이 고시 출신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공채로 임용된 신임 사무관은 244명이었지만 특채 신임 사무관은 395명이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특허청,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등 업무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부처에서 특채 수요가 많다”며 “특채는 필기시험만으로 선발하는 공채 출신들에게 부족한 전문성을 보강하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5급 특채가 전문가 임용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이력 화려한 전문가 대거 진출

특채를 주도하고 있는 중앙부처 10곳의 2006년 특채자 현황을 살펴보면 화려한 이력의 전문가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지난 한 해 특허청은 53명으로 가장 많은 특채자를 채용했고, 재경부와 복지부는 각각 11명, 외교통상부 9명, 법제처와 통일부 각각 8명, 국방부와 정보통신부 각각 7명 등 10개 부처에서 120명의 신임 사무관을 특채로 뽑았다.

이들 중 박사 학위자는 59명이나 됐다. 이전 직업은 변호사가 35명, 회계사 9명, 변리사 8명, 의사 4명, 기술사 3명 등이다.

나이는 30∼34세가 56명으로 가장 많고, 35∼39세가 47명, 40∼44세도 11명이나 됐다. 이에 따라 특채자들의 평균 나이는 34.4세로 지난해 공채 임용자의 평균 나이 26.4세에 비해 여덟 살이 많다.

중앙인사위는 “특채자는 전문 자격뿐만 아니라 대부분 5, 6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10 대 1 넘는 치열한 경쟁

대부분의 5급 특채 전형에는 전문가들만 명함을 내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은 10 대 1이 기본이다.

지난해 임용된 회계사 출신의 한 사무관은 “3명을 뽑는 데 50명 넘게 지원해 경쟁이 꽤 치열했다”며 “경력 관리 차원에서 회사를 옮겨 다니는 요즘 추세가 반영된 결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채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분상의 안정성이다.

정통부 소속의 한 사무관은 “회계법인에서 6년 정도 일했는데, 사실 전문직일 경우에는 한 직장에 오래 있을 필요가 없어서 정년 보장이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공직자 신분이라는 안정성이 이직 요인 중 하나인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공공부문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변호사 출신의 재경부 사무관은 “통상업무를 맡고 있는데 국가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정책에 직접 참여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 전문성 높지만, 충성도는 낮아

이처럼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특채에 대해 공직사회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복지부 인사팀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률과 의료 분야에서는 특채로 선발된 전문가들이 큰 도움이 된다”며 “공채와 특채 출신 간의 묘한 경쟁심도 조직 분위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특채 출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공채 출신에 비해 조직 충성도가 낮다는 불만이다.

모 부처 인사팀 관계자는 “특채를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각 국실에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공채 출신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반면 특채 출신은 그런 충성도가 약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

쉽게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11명을 특채로 임용했지만 이 가운데 3명이 6개월도 못 버티고 퇴직했다.

지난해 특채된 회계사 출신의 한 사무관은 “회계법인에 있을 때는 연봉이 8000만 원 정도는 됐는데 지금은 이런저런 수당을 합쳐도 절반이 안 된다”며 “이런 금전적인 문제를 미리 고민하지 않고 들어오거나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중도 하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범윤미(24·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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