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형제들이여 그들을 보내주소서”

  • 입력 2007년 8월 2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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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권 국가 출신 노동자들과 주한 이슬람 이맘(종교지도자)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 귀환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 출신 노동자 30여 명과 안산과 수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의 주한 이슬람 이맘 2명은 2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 만남의 광장에서 탈레반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하고 한국인 피랍자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집회를 가졌다.

"아프가니스탄 및 탈레반 형제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이들은 "고국의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는 이슬람권 출신의 노동자"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이어 "한국 곳곳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하루 다섯 번 씩 기도하며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신앙생활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당신들이 납치한 한국인들을 죽이지 말고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며 "우리는 탈레반 형제들에게 잡힌 한국인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안산 이슬람 성원의 이맘인 라만 알 카세미 씨는 "한국인들이 탈레반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나기를 기원하기 위해 형제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김사민(41) 씨는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있는 이슬람 신자들 모두가 무척 안타까워했다"며 "우리도 다른 한국인들처럼 남은 21명의 한국인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14년 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김 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에 있는 이슬람들은 '혹시나 해를 입지는 않을까'하고 불안해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슬람이 절대 폭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노동자와 이맘들은 편지 낭독을 마치고 한국인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종교 의식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 이슬람 신자들과 함께 참석한 이정혁 목사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안타까웠던 마음을 가졌던 이슬람권 국가 출신 노동자들의 제안으로 편지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에서 종교를 초월해 이주노동자를 돕는 일을 4년째 맡고 있다.

그는 "오늘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이번 사태가 종교 간의 다툼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21명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한국에 있는 이슬람 신자들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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