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 사퇴요구 확산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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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가 25일 발표된 뒤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 총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경찰 조직이 요동치고 있다.

경찰관 전용 게시판에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자 경찰청이 이를 임의로 삭제하면서 오히려 경찰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 최대 수치” 이 청장 책임론 부상=27일 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과 전현직 경찰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무궁화클럽’ ‘폴네띠앙’ 등에는 “경찰 수뇌부가 자신들이 살겠다고 부하들을 검찰에 팔아먹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경찰 수뇌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 온 황운하(경찰대 1기·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총경은 경찰관 전용 게시판에 ‘이택순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황 총경은 이 글에서 “비통함을 넘어 경악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부분”이라며 “이는 경찰 자체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청장은 최선을 다해 청와대를 설득해서 ‘수사 의뢰’를 막아 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28일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에 대해 검찰에 공식으로 수사의뢰서를 보낼 예정이다.

경찰관 전용 게시판을 관리하는 경찰청 혁신기획과는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 수십 건을 계속 삭제하고 있다.

혁신기획과 관계자는 “사이버 경찰청 운영규칙 제7조 제2항에 근거 없는 비방 글은 삭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임의 삭제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에선 ‘언로(言路)마저 막으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李정장 오늘 수습책 밝힐듯

이 청장은 28일 오전 예정된 정례 브리핑에서 사태 수습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폭 연계에 수사 초점=서울중앙지검은 경찰청이 자체 감찰 결과를 발표한 직후 이례적으로 조직폭력배 수사를 전담하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마조부)에서 이번 사건을 우선적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유착 의혹 부분을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마조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수사에 관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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