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평 로비의혹’ 수사 외압 논란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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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이 산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산기평)의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간에 시끄러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수사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업무 편의를 봐 달라”며 산자부 공무원들이 외상으로 달아놓은 밥값과 술값 등 400여만 원을 법인카드로 대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산기평 김모(47) 본부장과 직원 이모(43)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추가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청장은 21일 기자들을 만나 “산기평 로비 의혹이 보도된 지 2, 3일 뒤(18일경) 산자부 비서실에서 두 번 전화가 왔다는 메모를 받고 김 장관께 전화를 했다”며 “김 장관은 ‘언론보도를 보니 애매한 부분도 있고 해 전화를 했다. 수사를 잘 해서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간에 시끄러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개별사건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르니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했지만 그 뒤로 (강남경찰서에) 알아보거나 (김 장관에게) 다시 전화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청장은 19일 김도식 경남지방경찰청장의 딸 결혼식장에서 정수일 강남경찰서장을 만나 산기평에 대한 수사상황을 물어본 뒤 “공무원을 상대로 밥값을 대신 내준 사안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21일 정 서장이 강남경찰서 일부 출입기자와 아침 식사를 하다 기자들이 관련 수사 상황을 물어보면서 드러났다.

정 서장은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이 산자부 장관을 만나 항의를 들었나 보다. 나한테 ‘산자부 공무원들 밥 얻어먹는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 너는 밥 안 먹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서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날 오후 “경남청장의 딸 결혼식장에서 이 청장을 만나 인사하니까 이 청장이 농담조로 한 얘기다. 청장 주위에 경찰 간부 20∼30명이 몰려 있었는데, 그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어떻게 압력을 넣을 수 있느냐”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김 장관이 이 청장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도된 내용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비슷해 나중에 추가로 확인되는 게 있으면 알려 달라고 말했을 뿐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간에 시끄럽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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