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길까 안웃길까…관객 300만 UP&DOWN ‘슈렉3’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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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 3’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슈렉과 피오나 공주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 3’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슈렉과 피오나 공주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요새 관객들 수준이 너무 높아졌어.” “있음직한 일을 전개하는 건 식상하지?” “우화나 동화를 양념으로 넣고 결말을 틀어 버리는 건 어떨까?” “마법에 걸려 못생겨진 미녀가 나중에 마법이 풀려도 추녀로 남는 건 어떨까?”

애니메이션 ‘슈렉’이 탄생하기 전 제작사 책상에서는 이런 회의가 진행됐을 것이다. 2001년 개봉된 ‘슈렉’이 3탄까지 나올 수 있었던 힘, 바로 이들이 말하는 뒤통수 개그에 있다. “그래서 왕과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식의 결론이 아닌 “어디 괴물 같은 외모로 잘 사나 두고 봅시다” 같은 뒤틀린 결론.

그런 슈렉이 다음 달 6일 개봉되는 ‘슈렉 3’에서 아빠가 됐다. 마치 아들 장가보내듯 이 초록색 괴물의 성장이 대견스러울 정도. 그런 슈렉에게 질문 하나 던지고 싶다. “(못마땅한 투로) 왜 점잖아졌니?”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교훈적이라는 말과 같은 것일까? 제작진은 등장인물을 통해 전례에 없는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은 듯했다.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이자 ‘겁나 먼 왕국’의 왕인 해럴드가 “내가 죽으면 먼 친척인 아서 왕자에게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자 슈렉은 장인의 유언대로 아서 왕자를 찾아 나선다. 여행 도중에 그는 자녀가 수만 명 굴러 나오는 악몽을 꾸지만 두려움보다 기대감을 드러낸다.

슈렉-피오나 부부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노래하도록 했다면 아서왕에게는 책임감의 문제를 드러내도록 했다. 3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 캐릭터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아서왕이 아닌 동료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소심남’이다. 자연스레 ‘겁나 먼 왕국’의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내적 갈등을 보이지만 막판에 갑자기 책임감 운운하며 ‘훈남’으로 변신한다. 평범한 동화였다면 “어머 멋져”라는 감탄사가 나왔겠지만 슈렉이기에 “이게 뭐야”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차밍 왕자와 후크 선장 등 악당 무리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지만 영화 후반부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는 아서왕의 말에 돌변한다.

이러한 주제의식 때문인지 ‘슈렉’의 생명과도 같은 코믹함은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1편에서 나무에 앉은 새를 입으로 불어 풍선을 만든 슈렉의 엽기성이 인상적이었다면 2편에서는 새로운 캐릭터 장화 신은 고양이의 불쌍한 표정이 영화를 살렸다. 그러나 3편에서는 새로운 웃음거리가 없다. 튀는 캐릭터도, 엽기적인 슈렉의 모습도 없다. 1편(2001년·국내 240만 명), 2편(2004년·340만 명)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을 매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잔잔한 웃음은 있되 슈렉만의 큰 펀치 하나가 부족한 ‘슈렉 3’.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400여 개의 극장을 확보한 상태고 ‘스파이더맨 3’나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기세를 물려받겠지만 같은 날 개봉되는 한국 영화 ‘황진이’를 압도적으로 누르지는 못할 것 같다. 슈렉이 점잖아졌다고 뒤집기가 미덕인 영화마저 다소곳해진 것은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성장’은 누구에게나 축복은 아닌 것 같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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