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본격적인 '전쟁'은 지금부터

  • 입력 2007년 5월 15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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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이 '경선 룰' 논란을 극적으로 매듭지으면서 일단 파국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향후 경선국면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막판 양보로 우여곡절 끝에 큰 틀의 경선 룰이 합의되긴 했지만 앞으로 세부 규정을 정비해가는 과정에서 이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후보검증과 경선관리위 구성, 당직 인선 등 경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민감한 사안 하나하나를 놓고 양측이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당이 언제든지 제2, 제3의 분열위기로 내몰릴 공산이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양 캠프 관계자들도 공공연하게 "이제 겨우 3부 능선에 도달했을 뿐이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다"는 말을 내뱉고 있다. 당내에서도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언제 다시 분열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여론조사 양보 평가 시각차

양측은 15일 이 전 시장의 '양보'를 놓고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리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향후 논란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며 상대 진영이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시장이 이번에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지만 짚을 것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면서 "애초 합의가 민심과 당심을 5대5 비율로 반영하는 것인데 저쪽(박 전 대표측)에서 사실상 7대3, 8대2 비율을 주장하면서 원칙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측의) 원칙을 빙자한 '생떼 정치'를 막지 못한 게 손해다. 또 생떼 정치로 나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진수희 의원은 "당 쇄신안과 중재안 수용에 이어 이번에 여론조사 조항을 양보함으로써 결국 세 번째 양보를 했다"면서 "이번 '5.14 결단'은 정말로 당의 화합을 위해 고독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은 "원칙이 무원칙을 이긴 것으로 본다. 이 전시장측에서 '통 큰 정치' 운운하는데 솔직히 자기들한테 유리한 안을 갖고 1주일 가량 난리를 피우다 명분과 원칙에 밀려 항복한 것 아니냐"고 일축한 뒤 "앞으로 경선 룰을 갖고 다시 한 번 시비를 걸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결국 이 전 시장의 무리수가 좌절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리더로서 판단의 문제, 오락가락한 그런 부분에 대해 실점이 많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 싸움에선 이 전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백전백패 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넘어야 할 과제 첩첩산중

양 측간 가장 큰 쟁점이었던 경선 룰이 합의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큰 틀의 합의일 뿐 앞으로 조율해야 할 세부조항들이 많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양측은 여론조사 문제와 관련, 여론조사기관 선정에서부터 여론조사 기법, 설문조항 선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부 조항 하나하나를 놓고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기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지지율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의 경우 양측이 각각 선호하고 기피하는 기관이 분명히 갈리기 때문에 선정과정에서 경선 룰 이상의 공방과 함께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질문방식을 '선호도'로 하느냐 '지지도'로 하느냐 △질문을 1차로 끝내느냐 2차까지 가느냐 △여론조사 대상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경선참여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를 놓고도 양측 간 대립이 불가피하다.

이 전 시장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선호도 조사, 2차 질문 기회, 전 국민 대상 여론조사 기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박 전 대표측은 그 반대입장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검증문제를 놓고도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경선 룰이 타결됐으니까 바로 검증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당 중심으로 검증을 하되 절차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하려고 한 게 무엇이었는지, 검증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을 국민이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검증을 피할 생각은 없는데 문제는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가 나온다는 것"이라면서 "상대 후보 공약을 '대국민사기극' 이라고 하는 등의 네거티브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시장측은 악의적 네거티브 유포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도 감수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이다.

후보검증을 담당할 당 검증위 구성 방안을 놓고도 마찰을 빚을 공산이 크다.

중립성 훼손 시비를 없애기 위해 검증위원 전원을 외부 명망가들로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 논의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고위원 선정 과정에서도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경선관리위원장에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내정된 가운데 위원 선정과 당직인선, 사고지구당 정비 과정에서 자파세력을 심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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