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油價 이어 高乳價 온다…생산량 못따라가 가격 급등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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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油價) 폭등에 이어 ‘유가(乳價)’도 꿈틀거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유 수요가 급증하는 데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우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세계 우유 시세를 대표하는 탈지분유 가격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지난주 파운드당 1.58달러를 기록해 6개월 새 60%가 올랐다. 액상우유 선물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63% 오른 19.1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의 분석가 래리 살라데 씨는 “생산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데 최소 1,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방크에 따르면 세계 우유 소비량은 매년 3%씩 증가하는 추세지만 축산 농가의 생산량은 늘지 않고 있다.

공급량이 정체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유럽과 미국에서 정부의 농업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 2003년의 경우 농가 보조를 위한 정부 수매에 따라 유럽에서 비축된 분유 재고량만 20만 t이었지만 수매량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바닥이 났다. 정부 보조가 줄자 축산 농가들은 하나둘씩 우유 생산을 접었다.

미국에서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이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축 사료 가격이 급증하면서 우유 생산 원가도 올랐다. 농민들이 앞 다퉈 옥수수 재배에 뛰어들면서 우유 생산에 필요한 목초지도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호주의 유제품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반해 중국과 인도에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우유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학교 우유 먹기 운동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5%씩 우유 소비량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크 보르베르헨 라보방크 유제품 분석가는 “중국에서 매일 우유를 마시는 세대가 등장하는 셈이어서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유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자 피자, 초콜릿 등 유제품을 사용하는 식품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초콜릿 제조업체 허시는 10일 우유가격 상승으로 올해 매출액이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미노피자도 올해 치즈에 지출할 예산을 대폭 늘렸다.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는 올해 말까지 유제품 가격을 10% 이상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낙농업체 폰테라의 헨리 밴더헤이든 회장은 “유제품 가격은 지금이 정점일 것”이라면서도 “열 달 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더라도 똑같이 대답했을 것 같다”며 멈추지 않는 ‘고유가’ 행진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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