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신학자들과 성서 토론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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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감리교신학대 100주년기념관에서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운데)가 ‘한국 교회와 성서’를 주제로 개신교 신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11일 서울 감리교신학대 100주년기념관에서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운데)가 ‘한국 교회와 성서’를 주제로 개신교 신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도올 ‘구약무용론’에 신학자들 “기독교의 근간” 반박

성서 해석을 놓고 기독교계와 논쟁을 벌여온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기독교 신학자들과 열띤 신학토론을 벌였다.

11일 오후 한국조직신학회 주최로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 100주년기념관 중강당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그동안 기독교계가 도올의 성서 해석을 무시하고 이단적 언설로 규정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일 만큼 높은 관심이었다.

토론회에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와 김광식 전 연세대 교수 등 원로 신학자와 역사적 예수를 연구해 온 김준우 감리교신학대 교수, 구약성서학자인 김은규 성공회대 교수가 참석했다. 한국조직신학회 회장인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정배 교수는 이날 토론회가 성황을 이룬 것에 대해 “물음은 있되 대답이 없거나, 박제화된 답으로 물음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교회 현실과 도올의 신학적 화두에 흑백논리로 접근한 기성 교회의 시각에 평신도들이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도올은 “예수가 거부한 구약의 율법주의, 신약과 동떨어진 구약을 기독교인에게 신앙의 대상으로 강요할 수 없다”며 “지금 한국 기독교가 구약의 율법주의를 신앙의 본질로 삼는다면 유대교의 아류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회의 기본이념은 교리가 아니라 믿음과 소망 같은 보편적 정서인데, 교회운동은 다른 종교신념체계와의 공존을 배제하는 독존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자들은 대체로 도올의 문제제기가 의미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구약무용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김은규 교수는 “구약은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했고 당시로서는 도덕과 정의의 기준이었기에 율법은 존중돼야 하며 구약 정신은 기독교 정신에서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배 교수는 복음을 위해 성서는 해체돼야 한다는 도올의 주장에 대해 “기독교의 복음이 경전화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경전 형성의 필연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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