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노동인구 15%가 병가中… ‘꾀병족 일터 보내기’ 개혁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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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천국으로 알려졌던 스웨덴이 병에 걸린 것처럼 꾸며 일을 하지 않고 정부 급여를 축내는 ‘꾀병족’을 일터로 불러들이고자 의료제도 개혁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중도 우파 성향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정부는 최근 급여 지원 대상이 되는 질병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질병수당을 포기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에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 복지모델의 최후 보루였던 스웨덴에서도 미국식 ‘복지에서 노동으로(welfare to work)’ 원칙이 자리 잡게 됐다”고 9일 보도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질병을 앓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정부 지원이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는 실업수당이 정부 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질병수당으로 나가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업수당은 대개 1, 2년 지급되는 데 비해 질병수당은 최대 10년 이상씩 지속되기 때문에 재정에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질병수당으로 지급된 돈은 169억 달러로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섰다. 병가를 내고 질병수당을 받는 사람은 74만4000여 명으로 스웨덴 노동인구의 15%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질병으로 분류되기도 힘든 사소한 질병을 내세워 노동을 포기하고 정부 지원을 받는 인구가 상당수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병가를 내고 회사를 그만둔 근로자가 55%나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우울증에 걸렸다며 질병수당을 신청했다.

레인펠트 정부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지원 대상이 되는 질병 목록을 축소한 것. 예전에는 우울증, 만성 두통, 공황장애, 각종 알레르기 등 가벼운 신체적 정신적 질병도 의사 진단만 있으면 자동으로 수당을 받았지만 이제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대폭 강화된 정부 질병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또 1년 이상 질병수당을 받다가 다시 취업 전선에 나선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에는 지급급여세 32%를 감면해 준다. 올 1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5000명 이상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고용주가 이들 근로자의 업무 성실도를 평가하는 1, 2년 동안 정부가 대신 월급을 대 주기도 한다.

스웨덴의 저명 경제학자인 아사르 린드베크 전 스톡홀름대 교수는 “질병수당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적어지니 임금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임금경쟁력이 떨어져 경제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면서 “의료복지 체계를 완전히 미국식으로 뜯어고칠 필요는 없지만 한층 실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 스웨덴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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