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병원 안 지은 5개의대 정원감축 위기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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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회공헌 설립 조건 지켜야”

대학들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반발

교육인적자원부가 가천의과대, 관동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을지대 의대, 포천중문의대에 설립 조건인 부속병원을 세우지 않으면 정원 감축에 이어 폐과하겠다고 통보하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설립 조건을 이행하라고 독촉해 왔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위반 내용=교육부는 1995년부터 정원 40명 규모의 의대 설립을 허가하면서 의료 서비스 낙후지역에 500병상 이상의 병원 건립을 요구했다. 의대들은 일단 이 조건을 사회 공헌 차원에서 받아들였지만 막대한 비용 마련의 어려움과 현지 병원들의 반발 등으로 이행하지 못했다.

가천의과대와 관동대 의대의 경우 500병상 이상의 병원을 세우기로 했다. 가천의과대는 당초 전남 목포시에 500병상짜리 병원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군소 병원들이 반발해 설립 예정지가 수차례 바뀐 끝에 최근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세우기로 낙착됐다.

관동대는 영동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기로 했지만 이행하지 않아 2005년 입학 정원이 50명 감축됐다. 교육부는 강원 강릉시에 500병상짜리 병원을 지으라고 하지만 A재단의 500병상짜리 대형 병원도 운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포천중문의대(구미차병원), 성균관대 의대(마산삼성병원), 을지대 의대(금산을지병원) 등도 협력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병상 수를 인가 조건에 맞추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을지대 의대는 “인구 6만 명인 금산군에 150병상짜리 부속병원의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150병상을 추가하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협력병원이 아닌 대학과 같은 재단의 부속병원을 요구하고 있다. 협력병원은 법적으로 별도 기관이며 업무상 의대와 협력 관계에 있을 뿐이다. 부속병원은 병원의 재산과 인사 등이 모두 학교법인 소속인 점이 협력병원과 다르다.

교육부는 “의대가 설립 조건을 어기는 것을 묵인하게 되면 다른 대학들이 설립 조건을 무시하더라도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면서 “해당 대학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상 과잉 상태”=의대들은 각 지역의 병상이 과잉 상태이며 중환자들이 모두 서울지역 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에 설립 조건을 지키길 요구하는 것은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10년 전과 지금의 의료 현실이 다르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원 감축과 폐과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의료인력 수급문제가 있어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 대신 약속한 병상당 5000만 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거나 병상 수가 모자라면 병상당 7500만 원을 들여 시설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100병상은 50억 원, 500병상은 250억 원이 들기 때문에 의대들은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의 경우 마산삼성병원의 시설과 기자재를 증설하고 부속병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려면 지역 의료계에 50억 원의 기부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고 고민하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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