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회식 대신 학교 찾은 검사들

  • 입력 2007년 5월 9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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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검 매월 ‘학생과의 대화’ 갖기로

“‘검사’라고 하면 죄를 짓고 만나는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동네 형이나 누나 같은 친근한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학창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도 저희와 똑같던데요.”

7일 오후 6시 반 충북 청주 흥덕고(교장 정탁모)에 청주지검(검사장 박용석) 소속 평검사 14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곧바로 야간자율학습 중인 2학년 10개 학급 교실에 나뉘어 들어가 학생들을 상대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본래 이날은 청주지검 평검사들이 한 달에 한 번 갖는 회식 날. 검찰청사 인근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이나 가족 얘기 등을 나눌 시간이었지만 이날 이들은 고교생과의 대화를 선택했다.

원래 17명의 평검사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당직과 교육 및 병가로 3명은 빠졌다. 일선 검사들이 이처럼 총출동해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드문 일. 이따금 모교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조재빈(37·사법연수원 29기) 검사는 “회식도 좋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 이런 행사를 제안했는데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친근한 검찰로 다가가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김권섭(17) 군은 “검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청주지검 검사들은 앞으로도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매달 학교를 찾는 한편 학부모들과도 원한다면 함께할 계획이다.

사명기(49) 교감은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키우고 이루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검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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