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 ‘한 평생 매니페스토’운동 확산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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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학생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곳인 중앙도서관 통로벽에 나붙은 학생들의 소박한 평생 공약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읽고 있다. 조은아 기자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학생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곳인 중앙도서관 통로벽에 나붙은 학생들의 소박한 평생 공약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읽고 있다. 조은아 기자
“리포트를 베끼지 않겠다”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제는 사용하지 않겠다” “배달음식을 먹을 때 쇠 젓가락을 갖고 다니며 사용하겠다”….

서울대 학생들이 평생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약속을 전교생 앞에 공개 선언하고 나섰다. 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중앙도서관 통로 벽에는 학생들의 소박하지만 당찬 선언이 적힌 나뭇잎 모양의 카드가 붙어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 심플 라이프(Simple Life)’라고 불리는 이 캠페인은 대학생 인권단체 ‘대학생 사람연대’ 서울대지부 주도로 일주일 전부터 시작돼 그동안 100여 명이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나는 무엇을 하겠다 또는 하지 않겠다’는 한마디 선언과 함께 이름, 소속 학과·학부, 학번 등을 나뭇잎 모양 카드에 적어 내는 것. 주최 측은 이 카드들을 모아 매주 한 번씩 ‘약속의 나무’ 게시판에 붙이고 매달 투표로 ‘베스트 약속’을 선정한다.

선언은 공익적인 내용이어야 하며 약속의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또 이름이나 필명을 밝혀 약속한 사람이 자신의 선언에 책임감을 느끼도록 했다. 서울대생의 ‘생활 속 매니페스토 운동’인 셈이다.

캠페인에 동참한 장규연(20·수의예과 1년) 씨는 “리포트를 베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장 씨는 “원칙에 맞게 리포트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공개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양말, 스타킹, 속옷은 손빨래 하겠다”고 선언한 윤주영(19·여·노어노문학과 2년) 씨는 “전기, 물, 세제 절약을 위해 평소 생각해 왔던 바를 이제야 실천한다”며 “공개 선언 내용을 본 친구들과 서로의 관심사나 생활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뿌듯해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김희선(23·여·국어국문학과 4년) 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일찍이 취업경쟁에 내몰려 자존감이 없고 사회에 관심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은 실천이지만 한 번이라도 이 사회를 위해 어떤 점을 포기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공약 선언식’은 이달 21일 ‘성년의 날’에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주최 측은 단순히 장미꽃과 향수를 주고받는 것보다 평생의 약속을 선언하는 게 성년의 날의 의미를 더 빛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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