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주는 교훈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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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마지막 날인 26일 낮 이곳의 하늘은 쾌청했다. 대회 기간 내내 흐린 날이 계속됐지만 이날은 봄날처럼 화창했다. 시내 동쪽을 감싸고 흐르는 포 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가로운 휴일 낮 풍경 그대로였다.

오후 8시 폐회식이 시작됐지만 시내 중심가 카스텔로 광장은 쇼핑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대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랬다.

이탈리아 북부의 쇠락해가는 공업도시 토리노의 시민들은 동계올림픽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조차 “외국 사람이 북적대는 게 신날 뿐”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결코 성공적인 대회는 아니었다.

첨단 장비의 격전장이 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기록은 저조했다. 한 개의 세계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올림픽 기록만 4개 나왔는데 이 중 2개는 한국 쇼트트랙이 남자 1000m(안현수)와 5000m 계주에서 이뤄낸 것이다.

대회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TV 중계료로 채웠지만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우 TV 시청 가구가 4년 전 미국 솔트레이크 대회에 비해 무려 36%가 떨어져 차기 대회를 여는 캐나다 밴쿠버는 방송 중계권 판매를 걱정하게 됐다.

토리노올림픽 대회조직위원회는 입장권 판매량의 90%가 넘는 93만여 장을 팔아 470만 달러(약 46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대회 개최를 위해 각종 시설에 투자한 비용 36억 달러(약 3조5000억 원)의 약 760분의 1에 불과하다.

토리노 대회는 2014년 강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평창이 지난해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에 조사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는 모두 11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됐다. 여기에 부가가치 유발액은 5조1366억 원, 고용 증대 효과는 14만3976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경제효과가 그처럼 엄청나다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토리노 대회처럼 초라한 결과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토리노에서>

김성규 스포츠레저부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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