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번째 추기경 탄생]추기경 서임의 뜻은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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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자체적인 복음화 노력으로) 지난 30년간 복음화율이 2.5%에서 8.5%로 급성장했다. 바티칸은 아시아에서 또 다른 한국 교회를 보고 싶다.”

가톨릭 교세 확장 주무부서인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크레센치오 세페 추기경이 지난해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페 추기경은 “1000년기에 유럽에 복음을 심고, 2000년기에 신대륙에 복음을 심었다면 이제 3000년기는 아시아의 차례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으나 복음화율은 6%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가톨릭 신자는 약 12억 명. 이 중에 아시아 가톨릭 신자는 1억2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은 필리핀(6900만 명)과 인도(1700만 명), 인도네시아(640만 명), 베트남(560만 명)에 이어 450여만 명의 신자 수를 자랑한다. 37년 전 첫 추기경이 탄생할 당시 80여만 명에서 급증한 것. 한국 가톨릭계에서는 두 번째 추기경의 탄생을 가톨릭의 이런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대우로서 환영하고 있다. 또 신임 정진석 추기경은 교황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함께 갖는다는 점에서 한국 가톨릭계의 목소리를 교황청에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신임 추기경의 임명은 큰 의미를 지닌다. 김수환 추기경이 종파를 떠나 확보했던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신임 정 추기경이 함께 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파와 이념에 따라 원로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풍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또 한 명의 추기경 탄생이 정신적 지도자 그룹의 보강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물론 교황청의 이번 선택은 한국 가톨릭계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교황청에서는 아시아 전체, 특히 중국과 북한으로의 복음 확산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 새 추기경을 임명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공산권 선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해왔다.

지난해 4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보도에 따르면 가톨릭의 중심은 과거 북위 40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유럽에서 그보다 위도가 낮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로 남하하고 있다. ‘남방 가톨릭’으로 불리는 이들 지역의 가톨릭 신자는 전 세계 신자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신자 증가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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