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2000년 산타나 그래미 8개부문 석권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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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중절모를 쓴 한 중년의 기타리스트가 등장했다. 경쾌한 타악 리듬에 맞춰 기타 연주가 시작됐다. 마치 노래하는 듯 연주하는 기타 사운드에 청중은 열광했다.

주인공은 ‘라틴록의 거장’ 카를로스 산타나. 그가 연주하고 랍 토마스가 노래한 ‘스무스(Smooth)’는 이날 제42회 그래미상 시상식장을 압도했다. 산타나의 ‘슈퍼 내추럴(Supernatural)’ 앨범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산타나는 1947년 멕시코 할리스코 주 아우틀란에서 태어났다. 그가 ‘기타 연주의 살아 있는 신화(神話)’가 된 데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여덟 살 때 기타를 잡았다. 그는 비비킹 등 블루스 음악에 빠져들었고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나 블루스 밴드를 결성했다.

산타나가 주목받은 것은 1969년 뉴욕 주의 전원도시인 베설 평원에서 개최된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에서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이면서부터. 산타나 2집 ‘아브락사스(Abraxas·1970)’는 당대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때로는 흐느끼는 듯 때로는 강렬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기타 연주가 일품인 ‘블랙 매직 우먼(Black Magic Woman)’과 ‘삼바파티(Samba Pa Ti)’는 지금 들어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명곡이다.

산타나는 멤버들 간의 불화로 밴드가 해체되고 발표하는 음반이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는다. 하지만 그는 라틴음악과 재즈를 접목하는 등 음악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50대의 나이에 그래미상 8관왕을 차지한 것도 그의 끊임없는 음악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산타나를 비롯해 에릭 클랩턴, 딥 퍼플 같은 외국의 중년 뮤지션들은 지금도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국내 가요계는 ‘어른’이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10대 취향의 노래가 가요시장을 점령한 탓이다. 한국 록의 산증인인 신중현(申重鉉·66) 씨. 그 역시 산타나처럼 기타리스트로 출발했다. 1950년대 미8군 무대의 스타가 됐고 1960, 70년대에는 ‘미인’ ‘봄비’ ‘빗속의 여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비록 대중의 관심은 줄었지만 그는 여전히 작곡실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가 그를 기억해야 할 이유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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