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영]또… 문화재청장의 경솔한 언행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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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옮겨 새로 짓기로 했다. 현재의 광화문은 1968년에 중건할 때 원래 크기보다 1.5배 크게 만들어졌다.”

지난달 24일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 철거 및 이전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6·25전쟁 때 소실된 광화문을 1968년에 복원하면서 원래 위치보다 뒷자리로 옮기고, 방향과 크기가 다르게 콘크리트로 지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언론들도 크게 보도했다.

그런데 불과 20여 일이 지난 16일 유 청장은 “현재의 광화문은 조선시대 때 만든 것과 크기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925년에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실측 도면을 최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그렇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1.5배 커졌다고 얘기한 것은 김성진(金聖鎭) 전 문화공보부 장관에게서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봄 사적인 자리에서 최순우(崔淳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들었다며 김 전 장관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씨의 말만 듣고 1968년 중건 때 광화문이 1.5배 커진 것으로 믿었다는 유 청장의 설명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김 씨가 문공부 장관으로 재직한 것은 1975∼1979년이고, 최 씨는 1974년에 박물관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관 재직 시 최 관장이 ‘광화문이 조선총독부 건물에 비해 너무 작으니 1.5배 크게 짓는 게 좋겠다’고 해 집행을 일임한 적이 있다”며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 여부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유 청장은 ‘광화문 확대 복원설’의 진위에 대해 언제든 확인에 나설 수 있는 주무기관의 장이다. 그럼에도 수개월 전 사석에서 들은 얘기를 그냥 발표해 버린 것이다.

유 청장의 가벼운 언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여론수렴 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 글씨로 된 광화문 한글 현판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청와대 경호 지역 안에서 굿을 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했다.

국민들이 문화재 정책 최고 책임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감각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이슈 제기가 아니다. 작은 경솔함이 쌓이면 신뢰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빠져나가 버린다.

김지영 문화부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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