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갈릴레이도 ‘저울질’했다…‘갈릴레오의 진실’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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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진실/윌리엄 쉬어, 마리아노 아르티가스 지음·고중숙 옮김/376쪽·1만4000원·동아시아

많은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를 교회의 권위에 맞선 과학자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실제 당시 상황은 훨씬 다층적이고 복잡했다. 갈릴레이는 꼿꼿하게 신념을 주장하기보다 당시의 종교·정치적 상황을 유연성 있게 받아들이려고 애쓴 쪽이었다.

과학자와 신학자가 함께 쓴 이 책은 평전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갈릴레이의 삶과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거나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기보다 당시의 사회적 정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실제 자료를 찾아내는 데 공을 들인다.

책은 6차례에 걸친 갈릴레이의 로마 여행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생애의 주요 시기마다 이뤄진 여행에서 갈릴레이는 흥분하기도, 좌절하기도 했다. 로마는 그가 간절히 이름을 날리기 원했던 곳이다. 그는 바람대로 교회의 총애를 받는 과학자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동설에 대한 신념을 거두기만 했다면 그랬을 것이다.

책에는 갈릴레이와 종교·과학계 인사들이 만나 다투는 장면, 고뇌하는 장면 등이 극적으로 묘사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저자들은 당시에 사람들 간에 오간 편지를 통해 신념과 야심, 교회의 권위 사이에서 방황하는 갈릴레이의 심정과 당시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주장이나 그 밖의 다른 것들이 이곳 학자들이나 추기경들의 기호에 그다지 맞지는 않았습니다.’(당시 로마 주재 교황청대사가 국무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자신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힘이 닿는 한 그들(당시 그를 반대한 학자들)이 잘못임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만 제 입은 제풀에 닫히고 성경을 거론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습니다.’(갈릴레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제로 갈릴레이는 로마를 방문해서 교회 고위 성직자들과 귀족, 과학과 인문학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을 수차례 만났다. 갈릴레이는 매우 끈기 있게 기다리면서 자신의 주장을 드러낼 시기를 저울질했다. 지동설을 확신하고도 20여 년이 지난 1632년 저서 ‘두 가지 세계관에 대한 대화’를 냈지만 이 책 때문에 종교 재판에 서게 됐다.

재판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다. 하지만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종교 재판 뒤에도 근대 물리학의 씨앗이 되는 ‘새로운 두 과학’을 저술했다. 그 같은 신념이 종교적으로 용서받는 데는 360여 년이 걸렸다. 2003년 로마교황청은 ‘이단’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원제 ‘Galileo in Rome’(2003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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