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축구대표팀 경기장서 하나된 교민들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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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간의 해외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은 해외동포들에게 대한민국 자부심의 상징이다.

12일(한국 시간)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린 미국 오클랜드 콜리시엄에는 1만6000여 명의 교민이 모였다. 실리콘밸리 한인 체육회장을 지냈다는 교포 최경수(50) 씨는 “이민 온 지 27년 만에 가장 많은 교민이 모인 것 같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민 20년째라는 박상준(42) 씨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일대 교민이 7만여 명 정도인 걸로 안다.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대표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모였다. 평소에 못 보던 친구들과 안부를 묻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표팀이 가는 곳마다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홍콩 칼스버그컵 4개국 대회에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홍콩 한인회 관계자는 “한인회 창립 이후 가장 많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대표팀 환영만찬도 교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남편은 우리말을 잘 못한다”는 로스앤젤레스 교민 김정주(32) 씨는 “자녀들에게 대한민국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기회가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해외에서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한국말이 서툰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흔들거나 온 몸에 두르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장면에서 이들의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묻어난다. 박 씨는 “자신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모르겠다는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파티를 열어 뒤풀이를 한다. 이역만리에서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다시 한번 뜨겁게 확인하고 있는 교민들.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은 1차적으로 대표팀이 2002년에 보여준 세계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대표팀의 가능성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다.

축구가 나라 밖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고 서로를 단합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로스앤젤레스에서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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