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의 야생]<1>‘비밀의 숲’ 창덕궁과 종묘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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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후원 갈참나무 숲. 옥류천을 돌아 나와 취한정으로 가는 길에 키가 15m 이상 자란 갈참나무들이 울창하다. 이훈구  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후원 갈참나무 숲. 옥류천을 돌아 나와 취한정으로 가는 길에 키가 15m 이상 자란 갈참나무들이 울창하다. 이훈구 기자
서울 도심인 종로구 창덕궁과 종묘. 도시에서 보기 드문 갈참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들 야생림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다. 조선왕조가 머물렀던 문화 유적 속의 야생림 여행을 떠나 보자.

▽비밀스러운 왕의 숲, 창덕궁 후원=휴일인 12일 오후. “끼이익∼끽 끽.” 나무 열매를 먹으러 온 직박구리가 쉴 새 없이 지저귄다. 봄이면 가장 먼저 싹이 튼다는 귀룽나무도 가느다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창덕궁 서문인 금호문을 지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북쪽 길로 들어서자 ‘왕의 뒤뜰’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덕궁 후원은 ‘비원(秘苑)’이란 별칭답게 오랫동안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 아직도 43만3000여 m²(12만여 평) 가운데 70% 가까이가 비공개 지역이다. 나무가 130여 종에 200년이 넘은 거목이 울창한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15분 정도 걸으니 볕이 잘 드는 곳에 굴참나무, 물박달나무가 나타났다. 막다른 길에 이르자 사방이 온통 갈참나무다. 갈참나무는 나뭇결이 곧고 단단하다. 15m 가까이 뻗은 가지에 누런빛의 길쭉한 잎 몇 개가 달려 있었다.

오 교수는 “갈참나무는 힘이 좋고 습기가 적당한 토양에 모여 자란다”며 “궁궐 터가 평평해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신성한 참나무 숲, 종묘=조선 500년 왕실 사당인 종묘의 숲은 단조롭지만 우람하다. 종묘는 북한산에서 시작된 생태 축을 남산으로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당시 도로(율곡로)가 만들어지면서 창덕궁과 끊겼다.

이 때문에 창덕궁과 종묘의 나무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느다란 나무도 눈에 띄던 창덕궁과 달리 종묘는 팔로 두 번을 둘러야 할 만큼 굵었다. 나무껍질도 훨씬 깊게 골이 파이고 딱딱했다.

종묘는 땅이 깊어서 갈참나무가 곧게 쭉 뻗어 자랐다. 하지만 그 아래로 어린 때죽나무가 자라고 있다. 오 교수는 “1980년대 들어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갈참나무 숲이 오염에 강한 때죽나무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과 영녕전을 호위하고 있는 잘 자란 갈참나무 숲을 100년 뒤에도 만날 수 있을까. 창덕궁 02-762-0648, 종묘 02-765-1095

서울 생태 경관 보전 지역 지정 현황
지역특징
여의도 한강 밤섬도심 속 철새도래지
강동구 둔촌동 습지생물다양성 풍부
송파구 방이동 습지생물다양성 풍부
강남구 탄천 자연형 하천
은평구 진관내동 습지생물다양성 풍부
강동구 암사동 한강둔치한강 변 자연호안
강동구 고덕동 한강둔치한강 변 자연호안
서초구 청계산 원터골낙엽활엽수림 군집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오리나무 군집
자료: 서울시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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