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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하인스 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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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하인스 워드

입력 2006-02-08 03:11수정 2009-10-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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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지난달 29일 저녁. 한 라디오방송의 귀성 특집 오락 프로그램에 흑인 혼혈가수 박일준 씨가 나왔다. 연예인들끼리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프로였는데 진행을 맡은 가수 김흥국 씨가 농담으로 박 씨에게 “세수는 했느냐”고 두 차례나 묻는 것을 들었다. 평소 허물없는 사이인 듯 박 씨는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선진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피부색을 웃음의 소재로 삼다니,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기 딱 좋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만2319건이던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결혼 건수는 2004년 3만5447건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엔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간의 결혼이 많았지만 최근엔 동남아시아 여성과 한국 농어촌 남성 사이의 결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도 늘고 있지만 연예와 스포츠 분야를 빼면 크게 성공한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국사회 특유의 폐쇄적 순혈(純血)주의가 교육, 취업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혼혈 인구는 200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2억8140만 명 중 2.6%인 730만여 명이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아시아계인 사람은 38만 명이고, 아시아계와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은 10만 명 정도다. 지난달 방한했던 레인 에번스 하원의원은 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출신 여성들과 미국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영주권뿐 아니라 시민권까지 주는 법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차별 개선을 위해서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하인스 워드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차별과 역경을 딛고 미국사회의 ‘영웅’이 됐지만 그가 한국에서 성장했더라도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것이다. 배타적인 데다 지역 학교 가문 등 온갖 연(緣)으로 얽힌 한국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 사회도 각 분야에서 ‘한국판 하인스’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더 열려야 한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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