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장애인-탈북자등 보살피는 ‘동료 멘터링’ 확산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학생이 다른 학생을 돕는 ‘피어 멘터링’이 대학가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29일 서강대의 한 강의실에서 이일준 씨(21·화학과 4년·오른쪽)가 이영록 씨(19·자연과학부 1년)에게 ‘일반화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동정민  기자
학생이 다른 학생을 돕는 ‘피어 멘터링’이 대학가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29일 서강대의 한 강의실에서 이일준 씨(21·화학과 4년·오른쪽)가 이영록 씨(19·자연과학부 1년)에게 ‘일반화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동정민 기자
“ΔG=ΔH-TΔS. 이럴 때 그래프는 어떻게 될까?”

29일 오후 5시경 서강대 이과대 3층 강의실. 칠판 앞에서 분필을 들고 화학 공식을 열심히 설명하던 백진주(22·여) 씨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영록(19·자연과학부 1년) 씨가 더듬거리며 정답을 말하자 백 씨는 “잘했다”며 이 씨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혼자 과외를 받고 있는 이 씨는 뇌성마비 3급 장애인. 그는 올해 장애인 수시전형으로 서강대에 입학했지만 2학기 필수과목인 ‘일반화학2’의 수업을 쫓아가기 어려워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 측은 ‘일반화학2’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4학년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백 씨 등 3명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백 씨는 “전공과목 5개를 듣느라 바쁘지만 이 씨를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며 “수업 후 가끔 같이 밥을 먹으며 선배로서 학교생활 등에 대해 조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후배나 동료들이 학업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를 지도하고 보살펴 주는 ‘피어(Peer·동료) 멘터링’이 대학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초기 멘터링이 취업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요즘은 장애인, 탈북자, 외국인 등 학교 내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특징. 멘터링을 제공하는 멘터는 학업뿐만 아니라 학교 내 전반적인 생활까지 보살펴 준다.

경희대 한국어학과 학부생 12명은 올해 1학기부터 한국어학과 소속 외국인 학생 12명의 일대일 멘터가 됐다. 이들은 거의 매일 외국인 학생과 함께 지내며 리포트 쓰는 법, 도서관에서 책 찾는 법 등을 가르쳐 주며 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강대는 올 2학기 수시전형에 합격한 소년소녀가장 9명을 대상으로 이번 겨울방학부터 선행 학습을 하고 입학 초 수강과목이나 동아리 선정 등을 도와줄 멘터를 선발 중이다.

연세대는 외국인의 학습을 도와주는 ‘글로벌 튜터링’과 탈북자의 학교생활을 보살펴 주는 ‘하나 튜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멘터는 한 학기에 30시간 이상 이들 대상자를 만나 학과 공부 등을 함께 해야 한다.

연세대 교육개발센터 황은영 학습지원부장은 “지난 학기 조사 결과 도움을 받은 사람과 도움을 준 사람 모두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