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인천 학익여고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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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인천 남구 학익여고(교장 백준기) 예원관 3층 강당에서는 세계 오지를 누비고 다녔던 여행 전문가 한비야(47) 씨의 강연이 2시간가량 이어졌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한국지부 긴급구호팀장인 한 씨는 세계 각지에서의 문화체험과 함께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는 강연을 마친 뒤 책 경품을 내걸며 즉석 퀴즈대회를 열었고 자신의 저서를 갖고 온 학생에게 서명을 해줬다.

이 학교는 1999년부터 매년 3, 4차례 이 같이 ‘명사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그동안 신경림 오정희 박범신 김훈 씨 등 문학계 인사와 판소리 명창 신영희, 철학자 김동길 씨를 초빙했다. 다음달 26일엔 고교 국어교과서에 2편의 시가 실린 시인 김남조 씨가 찾을 예정이다.

문예담당 오은하(여) 교사는 “책에서만 접했던 명사로부터 성공담과 독서의 필요성을 직접 듣게 돼 학생들이 너무 좋아 한다”며 “학생들이 초청 명사의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해 아우성”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150쪽 분량의 ‘명작으로의 산책’이라는 공책을 선물로 받는다. 졸업할 때까지의 학년별 필독서와 권장도서(100권) 목록을 담았으며 독후감을 적을 수 있다.

필독서는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최인훈의 ‘광장’,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바다’ 등 과목별로 10권 이상.

필독서를 잘 읽었는지 점검하기 위해 분기별로 퀴즈대회나 시험을 치른다. 이 결과에 따라 학생들은 수행평가 성적의 10%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다.

또 반마다 학급 문고를 설치하고 한 달에 한번 학생의 의견을 물어 도서관에 신간 서적을 갖다 놓는다.

매년 한 차례 ‘명작으로의 산책’에 독후감 정리를 잘한 학생을 선발해 3만∼5만 원에 해당하는 도서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덕분에 학내 독서 열기가 높고, 많은 학생이 백일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방송국 프로듀서를 꿈꾸는 박서희(17·2년) 양은 ‘한민족 통일 문예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흥사단의 ‘위인전 독후감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박 양은 “반마다 독서토론회가 활발하고, ‘명작으로의 산책’을 서로 돌려보기 때문에 다른 학교보다 책 얘기를 나누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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