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성과와 문제점]IT강국 각인…‘경제실익’은 과제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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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장소 보러 가자” 누리마루 인기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20일 일반인에게 개방돼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부산=최재호 기자
“역사적 장소 보러 가자” 누리마루 인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20일 일반인에게 개방돼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부산=최재호 기자
19일 막을 내린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국제 위상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국을 포함한 21개국 정상들이 한국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과 미래, 한반도 평화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APEC 회의의 성과를 앞으로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의 실익 창출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도 남겼다.

▽APEC의 성과=한국은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국제적 외교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한편 경제 통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당초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예상됐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을 무난히 채택하게 된 데에도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사전조율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시 친필 방명록
16일부터 부산 웨스틴 조선 호텔에 머물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호텔을 떠나면서 남긴 방명록. 그는 ‘친절한 환대에 감사합니다. 행복을 빌며(Thank you for your gracious hospitality with very best wishes) 조지 부시(흘려 쓴 이름 또는 사인) 2005년 11월 16∼19일’이라고 썼다. 부산=최재호 기자

비록 의장 구두성명이라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공감하고, 6자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 진전을 권장한 점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이 미일중러 등 4강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과 함께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앞으로 열릴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긍정적 동인(動因) 작용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APEC 회의를 계기로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첨단과 ‘세계 최초’ 제품들이 즐비한 벡스코 IT전시관을 찾은 외국 정상들과 기업인들은 ‘원더풀 코리아’를 연발했다.

APEC 기간에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가 서울에 아태 지역을 담당하는 경영총괄본부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5억 달러 이상의 투자유치 실적을 거뒀다.

▽과제와 문제점=정부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환경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곧바로 APEC 후속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치적이고 포괄적인 APEC의 성격으로 볼 때 이를 토대로 실리적이고 구체적인 실익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APEC 기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원 1000명 감축설이 흘러나와 한미관계를 어색하게 만든 점은 경위야 어떻든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정상회의 직전 유엔총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한국이 기권한 것은 APEC라는 거대한 자리에 모인 국제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의 인권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비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APEC 회의 기간에 굳이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냉랭한 양국 관계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도전’ 발언으로 새로운 불씨만 지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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