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100엔=870.06원…엔 환율 바닥 뚫고 ‘지하실’로?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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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다.

‘100엔=1000원’이라는 등식이 올 1월 26일 깨진 뒤 지난달 31일 100엔당 900원, 이달 2일 890원 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15일에는 장중 860원대로 떨어지는 등 줄곧 약세를 보이다 870.06원으로 870원대에 겨우 턱걸이하며 마감했다.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엔-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왜 떨어지나, 바닥은 어디?

원-엔 환율은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에 따라 자동적으로 계산된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에 힘입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

원-달러 환율은 7일 1049.5원에서 거래일 기준 6일 연속 하락해 15일에는 1034.5원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화 물량이 넘치기 때문.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채권 발행으로 시장에 달러화가 대량 공급됐고 대기업들도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의 하루 변동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외환딜러들이 달러화를 적극 사들이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거나 일본이 금리를 올려 달러화 강세가 꺾이지 않는 한 원-엔 환율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

원-달러 환율 하락과는 달리 원-엔 환율 하락은 크게 봐서는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대일(對日) 수입이 수출보다 2배 이상 많다”며 “부품 소재를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수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 식품업체나 농가 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원-엔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껏해야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정도인데 (시장 개입) 효과가 크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인은 엔화 송금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엔화 대출을 받아 원화로 바꿔 쓰고 나중에 다시 엔으로 환전해 갚는 방식으로 환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정착되면 승용차 가전제품 등 일본산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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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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