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강제징용 자료 모은 日향토사학자 시라토씨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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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강제동원에 관해 유리한 자료들만 공개한 뒤 이를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입니다.”

10일 오후 4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 규명위원회’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한 일본인 노신사가 열띤 강연을 했다.

자신을 ‘향토사학자’라고 소개한 이 일본인은 시라토 히토야스(白戶仁康·68·사진) 씨. 홋카이도(北海道) 미바이(美唄) 시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35년 동안 일본 전역의 강제동원 관련 사료를 모은 사료 전문가다.

일본 전역의 기업들과 공공기관 자료실 등을 다니며 수집한 자료는 그의 이층집 방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 그가 사료를 바탕으로 쓴 논문만 30여 편, 저서와 자료집도 20여 권에 달한다. 서울대 정진성(鄭鎭星) 교수 등 한국 학자들은 물론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도 시라토 씨에게서 자료를 협조받고 있다.

시라토 씨가 얻은 결론은 “강제동원은 일본이 저지른 큰 죄악”이라는 것. 그는 “일본이 강제동원을 죄악이라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잘못한 역사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어떤 죄를 지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시라토 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서 나타나듯 어긋난 한일 관계의 역사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며 “한일 간의 우호 증진을 위해서 사료의 발굴과 연구를 통해 일본인이 잘못을 깨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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