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 많은 청와대, 전교조엔 “…”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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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교사 2500여 명의 단체 ‘좋은교사모임’이 교원평가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선진화정책운동’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같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여당도 평가제 수용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반대 수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조용하다. 해외 출장을 가면서 “열흘은 나라가 조용할 것”이라고 했을 만큼 말 잘하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임기 후반 들어서도 노 대통령은 그 첫날인 8월 25일 연정(聯政)과 부동산대책에 대해 말을 쏟아냈다. “권력을 통째로라도 내놓겠다” “사유재산원리, 시장원리 등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등 헌법 수호 의지를 의심케 하는 말까지 했다. 마음에 드는 외신기사가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올라오자 댓글까지 달았다.

그런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正體性) 문제나 전교조 문제에는 참을성 있게 침묵하거나 입을 열었다 하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 여권(與圈)이 ‘강정구 교수 구하기’에 분주할 때 9590명의 각계 원로와 ‘뉴라이트 네트워크’ 등이 정권의 정체성을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내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다 나쁜 놈, 죽일 놈으로 잡아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검찰에 침을 놓았다. 대북(對北) 지원은 갈수록 늘리면서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인권 문제에 대해선 말이 없다.

수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전교조의 일탈(逸脫)이 도를 더해 가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이 문제가 연정보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교원평가제의 장점을 소개한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대통령도 이 기사에서 다시 배웁니다”라고 애매한 댓글을 올렸을 뿐이다. 교원평가에는 찬성하지만 전교조의 편향된 이념교육에는 관심이 없거나 공감한다는 뜻인가. 전교조의 반미·반APEC·반세계화 수업과 교원평가 거부 투쟁은 국가의 정체성 및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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