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인천 청학동 주민 이병옥씨

  • 입력 2005년 11월 5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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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먹일 쌀이 없어 눈물을 참 많이 흘렸어요.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젠 먹고 살수 있게 됐으니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습니다.”

매달 30일이면 인천 연수구 청학동 주민자치센터에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20kg짜리 쌀 1부대가 어김없이 배달된다.

도배를 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동네 주민 이병옥(50·여) 씨가 보낸 것.

13평 형 다세대주택에서 살며 취업 준비를 하는 딸(23)과 대학생인 아들(20)을 뒷바라지하는 그는 8년 전 홀몸이 되면서 힘겨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과 아들을 데리고 남구 용현동 수인선 철로변 월세방으로 나앉게 된 그는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참 성장하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일도 벅찼다.

“돈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이 오죽했겠어요? 이를 악물고 살았지요.”

외환위기가 닥쳐온 1998년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생계보조금 30만 원을 지원받으며 끼니를 굶는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그 때부터 공사현장을 따라 다니며 도배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딸도 새벽잠을 설쳐가며 일어나 이 씨를 따라 나서 도배를 도우다 등교했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집안청소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딸의 몫이었다.

“고생만 시킨 엄마를 힐난하지 않고 올곧게 자라준 자식이 저에게는 가장 큰 힘이에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2년부터 생계비 지원이 중단됐지만 그는 어느덧 숙련된 도배 기술자로 변신해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작은 보금자리를 장만했다.

아직 아들의 학비를 대는 일이 부담스럽지만 그는 2003년 1월부터 주민자치센터에 쌀을 보내고 있다.

도배를 하러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다 아직도 돈이 없어 끼니를 굶은 주민을 보고 배고팠을 때 서러움이 떠올랐기 때문.

그는 “어려웠을 때 받았던 도움에 비하면 쌀 1부대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면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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